자원안보가 국가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희토류와 리튬, 니켈 같은 핵심 광물은 반도체·배터리·전기차·방위산업을 움직이는 필수 원료다. 평소에는 국제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지만, 외교 갈등이나 수출규제가 시작되면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인 조달을 보장하기 어렵다. 자원 확보가 기업의 구매 업무를 넘어 국가의 경제안보 과제가 된 이유다. 이러한 현실에서 일본의 최근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지난 2월 태평양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수심 약 6000m에서 희토류가 함유된 해저 진흙을 끌어올리는 시험에 성공했다. 대규모 채굴과 분리·정제, 경제성 검증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심해 희토류의 자원화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 갈등을 겪으며 특정국에 집중된 희토류 조달 구조가 산업과 외교의 약점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다. 이후 15년 넘게 기술개발과 공급선 다변화, 정제·가공 역량 확충, 전략비축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기관이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이다. JOGMEC는 단순한 해외 광산개발 지원기관이 아니라 정부의 자원안보 전략을 투자사업과 공급 물량으로 전환하는 ‘야전사령관’이다.
특히 정책 목표를 사업 발굴과 투자 결정, 공급권 확보로 끊임없이 이어가는 전략적 실행력이 강점이다. 민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개발단계에 공공자금을 투입하고, 광산뿐 아니라 정제·가공시설에도 참여한다. 투자사업에는 장기 구매권을 결합해 생산물이 일본 기업에 실제로 공급되도록 한다. 정책금융과 산업정책, 실물 조달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다. 호주 리나스 투자가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희토류 가격과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던 시기에 자금을 지원하고 장기 공급권을 확보했다. 나미비아의 중희토류 개발과 프랑스 정제 시설을 연계해 원료 확보부터 가공, 일본 내 공급까지 이어지는 경로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요소수 사태와 배터리·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 불안을 겪으며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에는 핵심 광물 협력체인 FORGE의 초대 의장국을 맡았으며, 공급망 안정화 정책과 비축 제도와 금융 지원 수단도 마련했다. 그러나 실물 공급망 확보로 연결하는 집행체계는 미흡하다. 탐사·개발, 금융, 정제·가공, 비축과 수요 기업 지원 기능이 여러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어 일관된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
일본 사례에서 참고해야 할 것은 특정 기관의 외형이 아니라 권한과 재원, 집행력이다. 기존 기관을 개편하든 별도의 추진체계를 마련하든 장기투자를 위한 안정적 재원, 전략적 가치를 투자 판단에 반영할 법적 근거, 사업 성과를 국내 공급으로 연결할 민관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 정제·가공 역량, 위기 시 우선 공급권 등을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
민관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수요 기업은 사업 초기부터 필요한 광종과 물량을 제시하고 장기 구매에 참여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초기 위험과 금융을 분담하고, 정부는 자원 보유국과의 협상과 기술협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광산 지분투자를 넘어 정제·가공과 기술이전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자원안보는 미래에 필요한 공급망을 설계하고 투자하는 국가 역량의 문제다. 우리도 총론과 구호를 넘어 현장 집행력을 갖춰야 한다. 자원안보의 다음 단계는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제도의 작동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