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한 긴급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나오도록 유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다만 연합훈련 축소로 즉각적인 방위 공백이 있지는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7일(현지시간) CSIS 긴급 화상 좌담회에서 “이번 조치는 김정은을 협상으로 유인하기 위해 트럼프가 취한 사실상 첫 번째 구체적인 행동”이라며 “마침 이 훈련이 실시되는 시점을 그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역시 이 분석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이 지금까지와 다른 점에 대해 “이번 사안에 언론의 관심이 이렇게 집중되는 이유는 트럼프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제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신뢰성이나 공약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사람들의 우려와 맞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 문제, 대미 투자 문제 등 한·미간 현안에 더해 안보 문제가 추가되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어느 정도 불안감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1기 당시 주한미군 분석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현재 진행 중인 을지 연합훈련은 (트럼프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취소를 지시한 것이) 파국적인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조치는 현시점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트럼프가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차 석좌 역시 “한국이 (8월 말 혹은 9월 초로 예상되는) 1차 (대미) 투자분을 발표하면 트럼프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일시적이며 한국에 대한 압박 성격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음은 각 전문가들의 발언 요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군사훈련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말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혀온 것에 더해, 이번 조치는 김정은을 협상으로 유인하기 위해 트럼프가 취한 사실상 첫 번째 구체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침 훈련이 실시되는 시점을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논리를 갖고 있다. 그 논리의 중요한 부분은 한국은 부유한 국가이고 따라서 스스로 방위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적어도 트럼프의 생각으로는 한국이 스스로 방위를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훈련을 실시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저는 한미동맹이 결국 이 상황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분명히 상당히 어려운 시기다. 이란과 관련한 트럼프의 발언, 무역·투자 프레임워크를 둘러싼 불만, 그리고 이번 조치가 한꺼번에 겹쳤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한국 측과 전혀 상의하지 않고 내렸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특징은 모든 것을 매우 ‘거래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국이 1차 투자분을 발표하면 트럼프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가 이란(문제)에서 언론의 관심을 돌리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우리의 적대국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누가 우리의 동맹이고 누가 우리의 적인지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 석좌가 말했듯, 트럼프가 다시 한번 김정은과 만나고 싶고 북한과 관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분명했다.
저는 미군과 한국군은 물론이고 미 국방부조차도 트럼프의 이 트윗에 상당히 당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훈련은 이미 계획되고 있었고 한국 방위에 중요한 훈련이다. 동시에 미국의 국익에도 중요한 훈련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신뢰성이나 공약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사람들의 우려와 맞물릴 수 있다.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반면 다른 측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여에 관심을 보여왔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다시 접촉하고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충분히 환영할 수 있는 카드다.
(2018∼2019년과 달리) 북한이 군사 역량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를 (계속) 이야기해온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가 지금 이 문제를 꺼낸 것은 한·미동맹 자체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축소시킨) 2018년 당시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어느 정도 자제하도록 유도하려 했다. 당시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비태세가 어느 정도 약화되는 현상도 있었지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억지력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저는 이번 훈련 문제 역시 파국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현재 진행 중인 을지자유의방패 훈련은 예정대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실시되는 훈련의 범위와 규모, 그리고 관련 메시지를 축소하는 방안은 이후에 검토될 것이다.
이번 조치가 북한과의 접촉을 위한 준비가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북한이 원하는 조건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협상 테이블에 나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인지 묻는다면 현재로선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메시지 자체는 우리가 예상해왔던 방향과 매우 일치한다. 이번 조치는 현시점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트럼프가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제 1년 반 동안 (북미대화) 교착 상태가 이어졌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4년 동안 교착 상태가 지속됐다. 이제는 상황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뭔가를 시도해볼 때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