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에서 동료 가수 이재훈과 함께 제주 향토음식 ‘각재기국’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전날 술을 마신 뒤 해장을 위해 제주시의 한 각재기국 식당을 찾았다. 성시경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에 감탄하며 각재기국을 소개했다. 제주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즐겨온 각재기국은 어떤 음식일까.
18일 제주시 디지털제주문화대전 자료에 따르면 각재기국은 갈치국·고등어국 등과 함께 제주에서 발달한 대표적인 생선국이다. 정확한 기원이나 처음 만들어진 시점은 확인되지 않지만, 제주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온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에서 구하기 쉬운 수산물을 일상적인 식재료로 활용해온 식문화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제주에서 ‘각재기’로 불리는 전갱이
각재기는 전갱이의 제주 방언이다. 전갱이는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무리를 지어 연안의 중층과 저층을 유영한다. 제주에서도 오래전부터 접할 수 있었던 생선이다.
전갱이는 떼를 지어 이동하는 특성 때문에 한꺼번에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냉장·냉동시설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어려웠고, 바로 조리해 먹거나 젓갈 등으로 가공해야 했다.
특히 전갱이는 신선도가 떨어지면 비린 맛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끓여 먹는 방식이 발달했다. 제주 바다에서도 흔하게 잡히던 생선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서민들의 밥상에 자연스럽게 올라왔고, 각재기국도 이러한 생활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음식으로 볼 수 있다.
◆ 2008년 기록에 등장한 제주 향토음식
2008년 발간된 ‘한국의 전통향토음식’에는 ‘전갱이국’(각재기국·아지국)이 제주도 향토음식으로 수록됐다. 당시 기록된 조리법에는 전갱이 1㎏과 어린 배추를 기본으로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하고, 붉은 고추와 마늘, 대파 등을 넣는 방식이 소개돼 있다. 오늘날 제주에서 접할 수 있는 각재기국과 기본 조리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제주 향토음식 관련 연구자료에서도 각재기국은 갈치호박국, 옥돔국, 성게국, 고등어국 등과 함께 제주 지역의 어패류 국·찌개류 음식으로 분류된다.
제주관광공사 공식 관광정보 자료에서도 각재기국을 각재기, 즉 전갱이와 큼직하게 썬 배추를 활용해 맑고 담백하게 끓여낸 제주 향토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고추와 다진 마늘을 곁들여 먹는 방식도 함께 소개된다.
◆ 담백한 국물맛의 비결은 ‘덜어냄’
각재기국의 특징은 생선 자체의 맛을 살리면서 양념은 최소화한다는 데 있다. 전통 조리법에는 된장이 들어가지 않고 국간장과 소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재는 음식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된장을 넣거나 배추·고추·마늘 등을 곁들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배추는 국물에 단맛을 더하면서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된장은 국물에 구수한 맛을 더하면서 전갱이에서 나온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각재기국은 생선의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는 음식이다. 싱싱한 전갱이를 넣어야 비린내가 적고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도 각재기국을 전갱이와 배추를 넣어 끓여낸 제주 대표 향토음식으로 소개하며, 전갱이의 적당한 기름기와 배추의 달짝지근한 맛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 ‘멜’과 함께 차려낸 제주식 밥상
각재기국을 판매하는 제주 향토음식점에서는 멜튀김을 함께 선보이는 곳이 많다. 제주에서 ‘멜’은 멸치를 뜻하는 말이다. 제주관광공사 공식 관광정보에서도 각재기국과 멜튀김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각재기국은 화려한 재료나 복잡한 조리법으로 승부하는 음식은 아니다. 제주 바다에서 나는 전갱이에 배추를 더해 끓이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맛을 낸다. 그래서 오히려 제주 사람들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만들어온 소박한 밥상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