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5·18 폄훼 포럼’을 개최한 이진숙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술행사였고, (이 의원이) 행사에서 나온 발언들이 본인 입장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박성훈 수석대변인)이라는 것이다. 헌정 질서를 옹호해야 할 제1야당이 최소한의 자정(自淨) 능력도 상실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국민의힘은 사상·표현·학문의 자유를 운운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궤변이다. 극단적 우파 인사, 12·12군사반란 및 5·18 관련자를 모아놓고 토론회를 열면 무슨 허튼소리가 나오겠는가. 한동훈 전 대표 등 비당권파, 쇄신파엔 서슬 퍼런 징계의 칼을 휘두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죽했으면 책임당원 3700명이 이번 사태를 ‘참사’로 규정하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이 의원 징계를 촉구하는 제소장을 제출했겠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건을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민의의 전당을 역사 왜곡, 정치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민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여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독주를 강화할 태세다. 당장 내일 국회 본회의에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처리 기간을 최종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해 다수당에 힘을 실어주는 국회법 개정안 표결도 전망된다. 친명 대표 체제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드라이브도 본격화할 것이 우려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제1야당에 대해 기대는커녕 민심이 싸늘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주(10∼14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33.1%)은 또 떨어져 30%대 유지도 위험하다. 6·3 선거 후 한때 44.3%를 기록해 여당을 앞섰던 지지율이 11.2%포인트나 하락했다. 정부 실정과 여당 폭주에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무기력한 제1야당의 현주소다.
위기의 책임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장동혁 대표와 당권파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뒤를 따라 부정선거 미몽(迷夢)에 빠져 올림픽공원집회에 중독되다시피 한다. 이래선 당의 재건은 물론 본인의 정치적 앞날도 암담하다. 제1야당이 제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임을 잊지 말라. 국민의힘이 반성과 혁신을 통해 국정의 건전한 견제자로서 환골탈태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