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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억 집, 1.5억 내고 입주… 지분적립형, 청년 주거사다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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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 신속공급 후속 조치

전체 공공분양 물량의 15% 책정
수익공유형 포함 공급 방식 검토
4분기 분양 예정 물량부터 적용

집값의 25%만 내고 입주하지만
나머지 지분 20∼30년 걸쳐 사야

첫 당첨자에게만 내 집 마련 수혜
또 다른 ‘로또 분양’ 가능성 높아

6억3000만원짜리 집에 먼저 1억5750만원(전체 지분의 25%)을 내고 입주할 수 있다. 5년마다 남은 집값을 나눠 내고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면 20∼30년 후에는 온전히 ‘내 집’이 된다. 이는 정부가 목돈이 부족한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지분적립형’ 공공분양 방식의 예다.

 

초기 진입장벽을 낮춰 주는 건 좋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지분을 모두 확보하기 전까지는 공공과 공동 소유인 데다 공급 물량이 제한적인 점 등을 들어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 안정될까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9%, 서울 아파트 전세는 1.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집값 안정될까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9%, 서울 아파트 전세는 1.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13 공급대책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중 하나로 공공분양 물량의 약 15%를 지분적립형이나 수익공유형으로 공급하는 그림을 제시했다. 지분적립형은 집을 한번에 사는 대신 지분을 나눠 취득하는 방식이다. 올해 4분기 분양 예정 물량부터 일부 단지에 일반분양과 혼합해 적용할 예정이다. 수익공유형은 주택을 처분할 때 발생한 시세차익의 일부를 공공과 나누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자산요건과 공급물량 등은 10월 별도로 발표한다.

 

지분적립형의 경우 과거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입주 때 집값의 30%를 내고 나머지를 10년에 걸쳐 나눠 낸 뒤 분양전환하는 ‘분납임대’가 시행된 바 있다. 서울시도 처음에 20∼40%의 지분을 취득하고 나머지를 20∼30년에 걸쳐 사들이는 지분적립형을 2020년에 제도화했지만 실제 공급된 적은 없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올해 10월 수원 광교 A17블록에서 전용면적 59㎡ 240호를 국내 첫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분양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지분적립형 주택은 입주 대상자가 처음에 집값의 25%를 내고 입주한 뒤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도록 했다. 당장 충분한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무주택 수요층에는 솔깃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주택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머지 지분 취득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게 적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추가 지분 취득가격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주거정책 전문가 A씨는 “지분 매입 가격이나 취득세 등 여러 쟁점이 있다”며 “제도 설계를 좀 더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30년에 걸쳐 지분을 모두 확보하기 전까지는 공공과 공동 소유하는 셈이어서 일반분양에 비해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단순히 초기 부담이 낮다고 섣불리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입지가 좋은 주택의 당첨자가 향후 집값 상승에 따라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경우 또 다른 ‘로또 분양’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오르면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가 얻는 이익도 커진다”며 “주택을 받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공동체의 이익이 있는지는 애매하다”며 “아주 일부 사람에게 로또를 안기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분적립형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가 첫 당첨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최초 분양자가 지분을 모두 확보한 뒤 집을 팔면 다음 매수자는 시세대로 사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이 설계한 주거사다리가 여러 사람에게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A씨는 “최초 구입자는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얻고 상당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매수자는 시장에 나온 주택을 사는 것”이라며 “공공성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