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 제조 기술을 알리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에이미 리(48)의 이야기가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종이 제작 기술이 오하이오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리 작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리 작가는 오하이오주 린허스트에서 사라져가는 한지 제작 방식을 미국에서 이어가며 기록과 교육,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리 작가는 유년기에 뉴욕주에서 자라면서 인종을 둘러싼 시선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인종 관련 수치심을 겪으면서 미국 사회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리 작가는 어린 시절 여름마다 한국을 찾았고, 19살 때 한국에서 어학 수업을 들었으며, 미국 대학원에서 도서 예술을 전공하던 중 제지 수업을 들으며 종이 제작 과정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는 영어권에서 중국과 일본의 종이 역사를 배우면서도 한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자 직접 한국을 찾아 한지 제작법을 탐구하기로 했다.
리 작가는 200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한지 장인들로부터 전통 제조법을 배웠다. 30살의 나이로 한국 한지 공방을 찾았을 땐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지 제작의 길을 설득한 끝에 장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또한 한지 도구를 연구하고 전문 용어를 해석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한지 제작 기술을 전수받은 리 작가는 닥나무 수확에서부터 전 과정을 전통 방식대로 고수한다. 그는 이렇게 만든 한지를 활용해 예술 작품을 제작한다. 그가 제작한 전통 한국 의상과 한지 실로 짠 오리 인형 등은 현재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리 작가는 “한지의 맥이 끊기고 단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지 장인들의 자녀들이 이를 배우고 있지 않다”며 “한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 끝자락이라도 붙잡아 미국으로 가져오고 싶었다”고 했다. 리 작가는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한지의 전통을 미국으로 옮겨오고 있는 셈이라며 “이것은 하나의 이주(migration)”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