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김소영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공판 전 사형 선고를 요청했던 유족 측은 “현행 법체계 안에서 최고형인 만큼 선언적 의미에서 사형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1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오병희) 심리로 열린 김씨의 살인 및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 및 압수물 몰수 등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4일부터 올해 2월9일까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이어 지난 4월 동일한 수법으로 남성 3명에게 추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돼 특수상해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2명을 살해하고 4명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 범행이 매우 중한 점, 수사 중인 사실을 인식하고도 살인 범행을 이어간 점,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호감을 표시해 무방비한 것을 이용해 생명을 뺏은 점, 수사 과정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 않고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을 김씨에 대한 구형 이유로 들었다.
이날 구형에 앞서 김씨 측은 검찰이 12일 제출한 공소장 변경 내용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일부 피해자에게 약물을 건넨 사실만 인정했고, 검찰이 김씨 휴대폰에서 확보한 인공지능(AI) ‘챗지피티’ 대화 기록에 대해선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해당 기록에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할 때,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을 때 위험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어떤지 묻고 AI로부터 들은 답변이 남아 있었다. 또 쓰러진 사람을 방치했을 때 법적 책임 등을 내용도 남았다.
약물 사용에 대해서도 김씨는 고의로 투약 양을 늘리지 않았다며 앞서 경찰∙검찰 조사 때 ‘5∼6알가량을 넣었다’는 기존 진술에 대해서 부인하고 자신이 먹던 3알 안팎을 투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성적 행동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약물 음료를 건넸다는 주장은 이날도 이어갔다.
김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이 주어지자 김씨가 일부 피해자에게 약물을 넣은 음료를 건넨 사실은 인정하지만, 약물 성분과 치사량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성적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피해자들의 성적 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었고, 추가 기소된 상해 피해자 3명에 대해선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넨 사실 자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범 위험성 역시 부인하면서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서도 기각을 요청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지만,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며 살인 고의 및 계획범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약물로 줄을 줄 몰랐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살면서 해본 적 없다. 피해자와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 죄송하다. 평생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구치소에 오기 전엔 항상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며 “이곳에 와 보니 가족 옆에서 따뜻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던 게 큰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내 일상을 스스로 깨뜨리고 이렇게 살게 돼 너무 무섭고 힘들고, 후회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어 “죽기 전에 하나뿐인 내 편 엄마와 언니 옆에 있고 싶다. 따뜻한 엄마 밥을 먹고 싶다.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 살려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남언호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후 “연쇄살인에 상응하는 구형이 내려졌다. 사형 구형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김씨 주장에 굉장히 유감스럽다. 정황상 음료, 빻은 약물을 미리 준비한 것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음료를 건넨 적 없다고 주장한다. 유가족 측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김씨는 오늘 최후진술에서 개인적 행복을 추구한다 했으면서 타인의 생명을 뺏는 것엔 죄의식 없이 뻔뻔한 진술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는 27일 오후 2시25분 예정된 선고공판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실제 사형이 선고될지는 의문”이라며 “현행 법 체계에서 최고형은 사형이고 선고는 불법이 아니다. 적어도 이런 중범죄에선 선언적 의미로 사형이 선고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