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6억원을 넣었더니 약 4개월 뒤 10억원이 됐다.”
삼양식품 결산 서류에 찍힌 숫자다. 지난 3월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 장부가액이 6월 말 4억6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매각해 손에 쥔 돈이 아니라 결산일 주가를 반영한 미실현 평가이익이지만, 단순투자 성적표로는 눈길을 끌 만하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으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좋아진 삼양식품이 생산시설과 금융상품에 이어 상장주식으로도 자금 운용처를 넓히고 있다. 2022년 말 1000억원을 밑돌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6300억원을 넘어섰다.
현금 증가분이 모두 라면을 팔아 벌어들인 돈은 아니다. 삼양식품이 지난 4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차입 자금도 유입됐다.
◆삼성전자 6억이 10억으로…자동차주는 울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3월 6일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한꺼번에 취득했다. 투자 목적은 모두 ‘단순투자’다.
삼성전자에는 5억9995만원을 들여 3188주를 샀다. 주당 평균 취득가는 약 18만8190원이다. 6월 30일 삼성전자 종가가 33만4000원까지 오르면서 장부가액은 10억6479만원으로 뛰었다. 최초 취득금액보다 77.5%, 금액으로는 4억6484만원 불어난 규모다.
확정 수익은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조정을 받아 지난 18일 26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양식품이 보유 주식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평가액은 약 8억5600만원이다. 6월 말보다는 2억원 넘게 줄었지만 최초 투자액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2억5600만원, 42.7%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사들인 자동차주는 표정이 달랐다.
삼양식품은 현대차 1103주를 5억9961만원에, 기아 3645주를 6억605만원에 취득했다. 6월 말 장부가액은 각각 5억4599만원과 5억301만원으로 취득금액보다 8.9%, 17.0% 낮아졌다.
한국금융지주는 상반기 중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반기보고서에는 한국금융지주 주식과 관련한 당기손익으로 1932만원이 반영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에 같은 날 약 18억원을 넣었지만 약 4개월 뒤 투자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상장주식 장부가 72억…969억이던 현금은 6306억
삼양식품의 상장주식 투자가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삼양식품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식 20만9396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초 취득금액은 약 35억9786만원, 6월 말 장부가액은 약 33억1265만원이다.
2023년 4월 취득한 현대그린푸드 주식 11만1158주의 최초 취득금액은 약 8억590만원이다. 6월 말 장부가액은 18억4078만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 현대지에프홀딩스, 현대그린푸드를 합친 주요 보유 상장주식의 장부가액은 6월 말 기준 약 72억7000만원이다. 삼양식품의 전체 현금 곳간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다.
삼양식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96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6306억원으로 늘었다. 3년 반 만에 6.5배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 3328억원과 비교해도 상반기에만 89.5% 증가했다.
본업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703억원, 영업이익은 17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3%, 46.7%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645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3.8%를 차지했다. 분기 해외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미국 매출은 2036억원, 중국은 1810억원, 유럽은 805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2분기 실적
현금 증가분을 모두 불닭 판매로 벌어들인 돈으로 보기는 어렵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당초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조달금액 가운데 1300억원은 원주공장 스프 제조설비 등 시설자금에 투입한다. 나머지는 법인세 납부 등 운영자금 200억원, 기존 은행 차입금 상환 500억원으로 배분했다.
불닭이 키운 현금창출력이 재무 체력의 바탕이라면, 회사채까지 동원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구조다.
◆주식보다 큰 승부는 중국…연 11억3000만개 쏟아낸다
삼성전자 투자 성적이 눈길을 끌지만 삼양식품의 진짜 돈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다.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저장성 자싱공장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착공 당시 자싱공장에 6개 생산라인을 설치해 연간 최대 8억4000만개의 불닭볶음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생산라인을 8개로 늘리면서 생산능력을 연간 11억3000만개 수준으로 확대했다.
봉지면 6개 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이 들어선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모두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완공 목표는 2027년 1월이다. 자싱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재 국내 생산능력과 비교해 전체 생산능력이 약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현지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면 물류 효율을 높이고 현지 수요에도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것도 삼성전자 투자 수익보다 본업의 확장성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삼양식품이 글로벌 라면 업체 가운데 높은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률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의 고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자싱공장 가동으로 공급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00만원은 유지했다.
상장주식 투자는 삼양식품의 두둑해진 곳간을 보여주는 한 장면에 가깝다. 주요 보유 상장주식의 장부가액 72억7000만원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6306억원의 1.2% 수준이다.
삼성전자 투자에서는 약 4개월 만에 4억6000만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삼양식품의 체급을 바꿔놓은 것은 결국 라면이었다.
연간 11억3000만개를 생산할 중국 공장이 실제 판매 증가로 이어질지, 늘어난 생산능력을 중국과 미국·유럽의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소화할지가 다음 실적의 승부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