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낯선 타국 하와이에서 묵묵히 땀방울과 피눈물을 흘렸던 한인 1세대 이민자들의 잊혀진 이름이 비로소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립창원대학교가 주도해 온 국외 미서훈 독립유공자 발굴 조사를 통해 이역만리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이들의 숭고한 헌신이 국가적 예우로 결실을 맺게 되면서다.
19일 국립창원대에 따르면 ‘한인디아스포라발굴조사단’은 하와이 현지 조사와 국내‧외 사료 교차 검증을 통해 발굴·고증한 박순이(1901~1987) 지사와 박춘경(1876~1965) 지사가 제81주년 광복절을 계기로 독립유공자로 최종 서훈됐다.
이로써 국립창원대가 발굴해 국가 서훈으로 이끈 하와이 독립유공자는 올해 제107주년 3·1절 건국포장을 받은 이만정 지사에 이어 모두 3명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서훈된 부산 출신의 박순이 지사는 1918년 하와이로 이민한 뒤 호텔을 경영하며 대한부인구제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박 지사는 1919년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독립금과 혈성금 등 독립운동 자금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특히 이번 서훈으로 이미 서훈을 받았던 남편 정남도 지사(1880~1946)와 함께 부부가 나란히 독립유공자로 이름을 올리는 뜻깊은 역사를 쓰게 됐다.
경기도 음죽 출신의 박춘경 지사 역시 대한인국민회 호놀룰루지방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3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해 하와이 한인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들의 숭고한 삶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국립창원대 조사단의 끈질긴 집념과 발품 덕분이었다.
조사단은 하와이 현지의 외딴 묘비와 묘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물을 확인하고, 한인 신문과 대한인국민회 자료, 독립운동 자금 명부 등 사방에 흩어진 기록들을 하나하나 교차 검증하며 잊혀가던 이민자들의 숭고한 행적을 역추적해 왔다.
가슴을 울린 감동적인 순간은 국가보훈부의 서훈 발표 당일 현지에서 연출됐다.
하와이 현지 조사를 진행 중이던 조사단은 서훈 발표 날이었던 하와이 현지 시간 12일, 박순이·정남도 지사의 손자인 에런 정(Aaron Chung)씨를 직접 찾아가 조부모의 서훈 소식을 전했다.
후손조차 모르고 있던 선대의 위대한 역사가 마침내 전달된 순간이었다.
에런 정 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하셨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돼 너무나 놀랍고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가족조차 몰랐던 조부모님의 옛 기록을 찾아 알려준 국립창원대 조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립창원대는 지난해 광복절 하와이 독립운동가 65명을 시작으로 마우이섬, 빅아일랜드 등 지금까지 총 120명의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했다.
박민원 총장은 “하와이의 묘비와 흩어진 기록 속에서 잊힌 이름을 하나씩 찾아온 노력이 국가 서훈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져 매우 뜻깊다”며 “조국의 독립과 재건을 위해 헌신하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인들의 삶과 공적을 끝까지 찾아내 후대에 온전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30일까지 미국과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조사를 이어가며 잊힌 영웅들의 숨은 역사를 지속적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