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매일 진행 예정이었던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하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난다. 앞서 박 장관은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전장연은 19일 “오늘부터 매일 예정했던 서울역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기획예산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유보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장연은 기획예산처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박 장관의 답변을 받을 때까지 매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등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도 전장연이 서울역 플랫폼에서 진행한 탑승 시위로 4호선 상·하행선과 1호선 하행선 열차가 1시간가량 무정차 통과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에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지하철이나 버스의 정상적인 운행에 차질을 초래해 시민들의 출근길 등 일상에 반복적으로 피해와 불편을 주는 시위를 더 이상 벌이지 마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박 장관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한 장애인 정책과 예산은 장애인의 삶과 정책적 필요성, 사업의 타당성과 재정원칙에 따라 책임 있게 검토하겠다”며 “반대로 지하철이나 버스 운행에 차질을 초래하는 시위나 농성을 이유로 예산의 원칙과 심사 기준을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법을 존중하며 시민들의 일상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확고히 밝히시기 바란다”며 “그래야 국민들도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에 연대감을 갖고 지지를 보낼 것이고, 그래야 정부도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을 더 보장하기 위해 명분을 갖고 쉼 없이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전장연 측은 이날 오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박홍근 장관님께서 예산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2027년도 정부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장관이 만나 대화하자고 제안해주셨고, 고민이 담긴 글을 볼 수 있어 먼저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에 비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느냐”고 되물었다.
계속해서 “3주째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동안의 과정과 장애인들이 차별에 저항해 온 역사적 맥락을 먼저 살펴봐달라”며 “법이 제정돼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가 너무나 오랫동안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한 현실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박 장관이 게시물에서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의료계 집단행동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동조합 성과급 투쟁에 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협의했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한식당에서 박 장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장관이 전장연에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서는 장애인 지원 분야의 내년도 예산안 반영, 전장연의 향후 지하철·버스 시위 진행 계획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