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주차 시 운전자의 시선은 양쪽 사이드미러로 향한다. 옆 차량과의 간격을 맞추기 위해 바닥 주차선을 따라가면서도 차량 후미가 뒤쪽 벽면이나 시설물에 부딪히지는 않을지 신경 써야 한다.
바닥에만 그어진 주차선은 후진할수록 운전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결국 주차 위치를 확인하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거나 몸을 앞으로 빼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바닥에 있던 주차선을 벽면까지 끌어올린 ‘수직 주차선’이 등장했다.
충남 공주시에서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서울 동작구까지 확산하며 주차 공간을 늘리는 대신 기존 공간을 더 안전하게 활용하는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직 주차선은 기존에 바닥에만 그리던 주차구획선을 뒤편 벽면이나 구조물까지 일정 높이로 연장해 입체적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후진 주차 시 운전자가 사이드미러만으로도 차량 양옆의 기준선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돕는다. 차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주차구획을 침범하는 일을 줄이고, 시설물과의 접촉 사고까지 예방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국내에서는 공주시가 먼저 선보였다.
공주시는 지난 1월 ‘공주시 주차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를 거쳐 수직 주차선 도입을 제도화했으며, 금성동 청송빌라 공영주차장, 신관·중동 공영주차타워, 흑수골길 공영주차장 등 4곳 총 480여면에 조성했다. 올해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해당 주차선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공주시가 수직 주차선에 눈을 돌린 결정적 계기는 누적된 주차 민원 때문이었다. 공영주차장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차량 간 접촉 사고와 구획선 침범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공주시는 대규모 예산이 드는 주차장 신설 대신 기존 공간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대안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아냈다.
공주시는 단순 구상을 넘어 실측과 현장 분석을 거쳐 명확한 표준화 기준을 정립했다. 참고 자료 분석을 통해 수직 주차선의 최적 높이를 바닥에서 최소 70㎝로 책정했으며, 설치비용 역시 주차 면당 약 6000원 수준으로 맞췄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존 주차면의 활용성과 운전자 편의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저비용·고효율 행정 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호응도도 높았다. 공주시가 수직 주차선 시범 설치 후 이용객 2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7%가 주차 안전성과 편의성 향상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공주시는 설치 여건을 고려해 주차타워를 중심으로 수직 주차선을 차츰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공주에서 시작된 유의미한 실험은 서울 동작구로 이어졌다.
동작구는 운전자의 주차 편의를 높이고 접촉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관내 공영주차장 4곳에 수직 주차선을 시범 도입했다고 18일 밝혔다. 흑석빗물펌프장·도화·빙수골장미·서광 공영주차장에 시범 적용해 시민 여론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다.
동작구도 주차면 뒤편에 건물 내벽이나 옹벽 등 구조물이 존재하는 주차장을 우선 선정했다. 주차정지턱이 있는 주차면에 높이 70㎝ 이하로 설치하되, 기존 바닥 선과 동일한 너비와 색상을 적용했다. 다만, 흰색 벽면처럼 기존 색상과 구분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회색을 사용하는 등 현장 여건에 맞춘 유연성도 발휘했다.
공주시와 동작구의 사례가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거창한 토목·건축 시설 없이도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데 있다. 양 지자체가 확립한 ‘최소 높이 70㎝·면당 설치비 6000원’이라는 표준 기준은 향후 타 지자체로 확산될 표준 행정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작구는 이용자 만족도 조사로 실제 효과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사업 효과를 꼼꼼히 살피고, 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차 환경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