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시간에 걷기나 수영, 스포츠 등을 즐기는 신체활동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반면, 직업상 반복적인 육체노동은 오히려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많이 움직이라’는 권고보다는 신체활동이 이뤄지는 환경과 목적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데이비드 라이클렌 교수팀은 19일 의학 저널 ‘랜싯 공중보건(Lancet Public Health)’에서 30개국 74개 코호트 및 환자-대조군 연구에 포함된 422만여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여가시간 운동과 직업상 육체노동, 가사, 통근 등 활동 영역에 따른 신체활동과 모든 원인의 치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분석에는 새롭게 선정한 17건의 연구와 기존 체계적 문헌고찰에 포함된 57건의 연구를 합쳐 총 74개 연구가 활용됐다. 연구 대상자는 30개국 422만여명이었으며, 참가자 연령 중앙값은 67.3세,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은 10년이었다.
전체적으로 신체활동 수준이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보다 모든 원인의 치매 위험이 20% 낮았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21%, 혈관성 치매 위험은 2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체활동의 종류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랐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 달리기, 수영, 스포츠 등 여가시간 신체활동은 치매 위험이 24% 낮은 것과 연관됐고, 가사 활동도 15%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반면 직업상 신체활동은 치매 위험이 20% 높은 것과 연관됐으며, 통근을 위한 신체활동도 10% 높은 위험과 연관됐다.
신체활동량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여가시간 신체활동은 활동량이 늘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지다가 일정 수준 이후에는 위험 감소 효과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반면 직업상 신체활동은 활동량이 많아질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여가시간 운동은 스스로 선택해 적절한 강도로 할 수 있고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스트레스 감소 등이 동반될 수 있지만, 직업상 육체노동은 반복 작업과 장시간 서 있기, 위험한 작업환경,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코호트 연구와 환자-대조군 연구를 분석한 관찰연구인 만큼 신체활동과 치매 위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직업상 육체노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치매에 걸린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치매 예방을 위해 ‘더 많이 움직이라’는 기존 권고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신체활동의 양뿐 아니라 활동이 이뤄지는 환경과 목적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클렌 교수는 “뇌를 보호하는 것에는 신체활동의 맥락이 움직임 자체만큼 중요할 수 있다”며 “안전한 공원과 산책로, 여가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여가시간을 확보하게 하며 유해한 작업장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신체활동 자체를 장려하는 것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