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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미술축제 막 오른다…키아프·프리즈 9월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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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 키아프 18개국 175개 갤러리…‘공존’ 주제로 새단장
정구호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휴멀’ 등 특별전·공간 개편

프리즈 30개국·지역 133개 갤러리 집결…거장부터 신진까지
“서울은 아시아·태평양 잇는 플랫폼”…2027년 한국어판 잡지 창간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미술시장이 올가을 다시 서울에서 큰 장을 펼친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과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다음 달 2일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막을 올린다. 2022년 시작된 공동 개최가 올해로 5년째를 맞은 가운데 한국 미술시장의 반등 가능성과 서울의 ‘아시아 미술 허브’ 경쟁력을 가늠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프리즈 서울 2025 현장.
프리즈 서울 2025 현장.

한국화랑협회와 프리즈는 19일 서울 중구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 내용과 주요 출품작을 공개했다. 키아프는 다음 달 2∼6일, 프리즈는 2∼5일 열린다.

 

◆거장부터 신진 작가까지…키아프·프리즈 올해 볼거리는

 

올해 25주년을 맞은 키아프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내 127곳, 해외 48곳이다. 갤러리현대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등 국내 주요 화랑과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 독일 코른펠트 갤러리 등이 부스를 꾸린다. 해외 15곳과 국내 5곳 등 20개 갤러리는 올해 처음 참가한다.

 

올해 키아프의 주제는 ‘공존(Coexistence)’이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의 감각과 창의성을 다시 바라보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모색한다는 취지다. 키아프는 처음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도입해 디자이너 정구호에게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 특별전 기획을 맡겼다. 정 디렉터는 “인간과 기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공존을 화두로 던졌다”며 “확장성을 갖고 다 같이 존재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보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기획한 특별전 ‘휴멀(HUMAL)’은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을 합친 이름이다. 문명화된 인간 안에 잠재된 본능과 신체적 감각, 생명력을 돌아본다. 이를 증강현실(AR)로 확장한 ‘버추얼 바이털(VIRTUAL VITAL)’에서는 현실의 작품을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해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감각을 제시한다.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키아프 하이라이츠(Kiaf HIGHLIGHTS)’에서는 최종 선정 작가 2명에게 각각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지급한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서보와 김창열의 삶과 예술세계를 영상으로 돌아보는 ‘키아프 포트레이트(Kiaf Portrait)’도 마련한다.

 

프리즈 서울에는 30개 국가·지역의 133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화이트 큐브,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주요 갤러리가 서울에 모인다.

이성훈(한국화랑협회장·선화랑 대표) 키아프 서울 운영위원장과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가 1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2026 공동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성훈(한국화랑협회장·선화랑 대표) 키아프 서울 운영위원장과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가 1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2026 공동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가고시안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마련해 ‘필 캐비닛(Pill Cabinets)’, ‘스핀 페인팅(Spin Paintings)’, ‘스폿 페인팅(Spot Paintings)’ 등 대표 연작을 선보인다. 페이스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유영국의 1989년작 ‘워크’를 비롯해 제임스 터렐의 신작 등을 내놓는다. 화이트 큐브는 박서보의 말년 작품을, 리만머핀은 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전시와 맞물려 서도호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조각을 중심으로 솔로 부스를 꾸린다.

 

올해 프리즈는 전시 섹션의 외연도 넓힌다.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한국과 세계의 20세기 작가를 재평가하고, ‘머티리얼 프랙티스(Material Practice)’는 도자·섬유·유리·금속·목재·한지 등을 매개로 현대미술과 공예, 디자인의 접점을 탐색한다. 신진 갤러리를 소개하는 ‘포커스(Focus)’는 처음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범위를 넓혔다.

 

코엑스 밖에서도 미술 축제가 이어진다. 키아프는 다음 달 4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하는 ‘키아프 클래식: 조성진과 함께하는 공존의 울림’을 연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다음 달 1∼19일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아웃프런트: 키아프×미디어아트 서울(OUTfront : Kiaf × MediaArt SEOUL)’이 진행된다.

프리즈도 서울 주요 미술기관과 갤러리를 잇는 ‘프리즈 위크(Frieze Week)’를 운영한다. 을지로·한남·청담·삼청 등에 이어 올해는 성북동까지 프로그램을 넓힌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페어장 밖 프로그램에 대해 서울을 찾은 관람객을 갤러리와 미술기관, 작가,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에도 서울로…“아시아·태평양 잇는 플랫폼”

 

키아프·프리즈가 처음 함께 열린 2022년만 해도 호황기였던 미술시장은 이후 세계적인 침체를 겪었다. 그럼에도 세계 주요 갤러리들은 올해도 서울행을 택했다. 프리즈는 서울을 국제 미술계와 한국·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잇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리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의 목표는 국제 미술계를 서울로 불러오고 한국과 더 넓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세계 미술계와 연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160개가 넘는 미술기관의 관계자들이 프리즈 서울을 찾았다며, 키아프와 함께 다양한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을 서울로 불러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미술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홍콩과의 차별점으로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를 꼽았다. 리 디렉터는 중국 시장과 가까운 홍콩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서울은 서울만의 정체성이 있다”며 “서울이라는 도시와 역사가 가진 것을 활용해 더 많은 관객이 서울과 프리즈 서울을 찾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프리즈는 내년 여름 미술 전문지 ‘프리즈 매거진(frieze magazine)’ 한국어판 계간지를 창간한다. 1991년 잡지로 출발한 프리즈가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한국어 활자 매체를 새로 내놓는 것은 한국 미술계와 독자층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올해 키아프·프리즈 서울에서는 정식 창간에 앞서 ‘프리즈 코리아(Frieze Korea)’ 샘플호를 선보인다. 리 디렉터는 한국어판 발행을 수년간 논의해 왔다며 서울과 한국 미술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국내 미술시장도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컬렉터층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컬렉터들은 거의 없어지고 가족 단위로 실제 미술품을 즐기기 위해 오는 관람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변화가 시장 회복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올해 키아프의 관람객 증가와 매출 신장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