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중단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위한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겹치면서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국고채는 고점을 찍어 금리 급등이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오후 4시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9%포인트 내린 연 3.798%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4.337%로 0.045%포인트 내렸고, 2년물과 5년물도 각각 0.033%포인트, 0.042%포인트 하락한 연 3.643%, 4.068%에 거래됐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꾸준히 상승세에 있다.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직전 거래일보다 0.051%포인트 오른 연 3.847%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7일(3.86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고채 금리의 급등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장기채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연 5.33%대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최근 연 4.75% 수준으로 올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이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향후 물가 상승으로 인해 채권 만기 때 지급하는 고정 이자와 원금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게 돼 채권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AI 투자 붐도 새로운 요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국채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장중 연 2.945%까지 올라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이 뛰었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향후 재정 부담과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고채의 경우 이미 고점을 지났다며 더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느 정도 더 오를 여지는 열어둬야 한다”면서도 “10년물 대비 30년물 금리차를 보면 최대치를 찍은 만큼 더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재정 측면에서 건전한데도 그렇지 않은 국가들 수준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보니 여기서 더 금리차가 나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국채금리가 현재 올라간 상태에서 사람들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 대신 국채를 사게 되면 매수세 증가로 국채금리가 다시 떨어져 결국 안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국채금리에 대해서는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미·일 장기채 금리의 동반 상승은 정부와 기업의 장기자금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자본의 가격 자체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앞으로 장기금리는 과거 저금리 시절의 평균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세계 경제의 주된 문제는 수요 부족이었지만 지금은 고유가, 관세, 지정학 갈등, 공급망 재편 등 공급충격(supply shock)이 주된 문제”라며 “세계 경제가 공급충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경기는 둔화하더라도 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그 결과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