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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장 “靑, 면담기회 안줘”… 대법관 공백장기화 우려도 [조희대 '서면제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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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과 협의 후 제출”
노 처장, 법사위서 배경 설명

‘李, 임명동의안 제출 미룰 땐
사법부 독립 취지 약화’ 지적

법조계 “대통령 권한 침해 아냐
사전협의 제청 규정은 없어”
임명거부·국회부결 사례 전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간 면담 기회를 주지 않아 민정수석실과 협의해 대법관 후임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여권이 서면 제청은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대법원장 탄핵을 주장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제출을 미룰 가능성을 두고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 취지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법원. 연합뉴스
법조계에서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법원. 연합뉴스

노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는데 안 됐다”며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밖에 없었다. 민정수석과 협의해 서면 제청하는 방법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에 대해 청와대와 의견 조율이 불발된 상황에서 제청권 행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자리가 5개월 넘게 빈 상황에서 다음달 이흥구 대법관마저 퇴임하면 ‘대법관 2명’ 공석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권은 대법관 제청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조 대법원장 탄핵을 주장해왔다.

 

날 선 공방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전례 없는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여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2024년 비상계엄 당시 조 대법원장의 지시로 심야 긴급 간부회의가 소집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들어 보이며 노 처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허정호 선임기자·연합뉴스
날 선 공방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전례 없는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여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2024년 비상계엄 당시 조 대법원장의 지시로 심야 긴급 간부회의가 소집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들어 보이며 노 처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허정호 선임기자·연합뉴스

여권은 이날도 조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아예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헌법 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대법원장, 대통령, 국회 세 기관은 모두 실질적 권한을 지닌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를 선정해 임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한다. 이후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동안 대통령이 제청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임명을 거부한 사례는 없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 대법관 제청이 대표적이다.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후보 제청자문위 회의 도중 대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제청에 불만을 표시하고 임명 거부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최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행사했고, 노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국회 표결에서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도 없다.

 

다만 국회가 임명동의안 표결을 장기간 미루다가 통과시킨 사례는 두 차례(박상옥·오석준) 있다. 대법원장의 경우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낙마한 경우가 두 번(정기승·이균용)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등청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등청하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고유 권한이므로 서면 제청 자체가 ‘대통령 임명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중탁 경북대 법전원 교수는 “헌법이 단순히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한다’고 하지 않고, ‘대법원장의 제청으로’라고 명시한 것은 대법원장에게 고유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헌법에는 ‘대통령과 사전 협의해 제청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협의가 헌법기관 간 원활한 관계를 위한 관행 또는 정치적 관례일 수 있지만, 그런 관례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대통령의 사전승인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오히려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 원칙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대통령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할 권리까지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에 없는 ‘대통령 승인’ 절차가 추가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대법관 최종 임명권을 지닌 대통령의 임명 동의안 제출 거부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김진한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임명권은 최종적인 권한이고 여기엔 ‘임명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며 “대통령에게 애초에 임명할 의사가 없다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 동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