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제주 실종 30대 여성, 집 나간 뒤 통화 기록 없어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연락 닿았다” 경찰관 허위 보고…사흘 뒤 휴대전화 꺼져
3개월 넘어서야 대대적 수색…골든타임 놓쳐
실종자 가족 측 “경찰 허위보고 사건종결로 실종 장기화” 분통

지난 5월 실종된 제주 30대 여성의 휴대전화가 집을 나간 뒤 통화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애초부터 실종 여성의 안전 확인 없이 자체 종결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 장미란씨 가족 제공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 장미란씨 가족 제공

2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실종된 장미란(37)씨의 통신 기록 조회 결과,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를 받은 A 경장과 장씨가 통화했던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경장은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 실종수사팀 소속으로 실종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이다.

 

또 해당 경찰관이 근무한 경찰서의 자체 조사에서도 A 경장과 장씨의 통화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씨의 휴대전화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장씨가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집을 나서고 이틀 뒤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의 실종 신고가 이뤄진 15일까지 켜져 있었지만, 16일 오전 9시 44분쯤부터는 한림항 인근에서 꺼진 것으로 추정됐다. 실종 신고는 15일 오후 6시 43분쯤 112에 접수됐고, 오후 9시쯤 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장씨가 집에서 나간 뒤 A 경장은 물론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A 경장은 경찰에 “신고 대상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경장은 또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통화 여부 등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또 A 경장이 지난 5월 진행한 이 사건의 종결 처리 절차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에는 상부의 이중 확인 절차가 없어서 A 경장이 혼자 판단하고 종결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여성의 경우 범죄 피해 위험도가 높지만, A 경장은 대면을 통한 안전 확인이나 위험도를 체크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도 관련 사항을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 가족 측은 A 경장 등 경찰의 이 같은 무성의한 조치로 인해 장씨 실종 사건이 장기화됐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해경 등이 20일 장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제주 한림항 주변과 거주지 인근에서 집중 수색을 전개하고 있다.
경찰과 해경 등이 20일 장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제주 한림항 주변과 거주지 인근에서 집중 수색을 전개하고 있다.

장씨 가족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5월 경찰의 설명을 듣고 장씨가 무사하고 개인적인 일로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여겨 안심하고 있었는데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실종 상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 신고 당일 장씨 남자친구는 장씨 가족으로부터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장씨의 안전이 확인됐다’ ‘잘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꺼려해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남자친구는 직계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실종 신고 처리 결과가 가족에게 전달됐다.

 

실종된 성인의 경우 당사자가 가족 등에게 위치를 알리기 꺼려하면 경찰은 생사 여부만 통보한다.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찰이 알린 ‘잘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애초 경찰도 장씨와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 장씨 실종신고는 종결됐다.

 

7월 17일 장씨 남자친구는 재차 경찰에 장씨가 귀가하지 않는다고 신고했으나 이번엔 신고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 허위로 기록된 실종신고 내역을 토대로 당사자 위치 비공개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이에 그는 장씨 친척동생에게 알려 재차 실종신고를 접수하도록 했다.

 

이어 장씨의 친척동생이 서울에서 지난달 19일 장씨의 실종 신고를 다시 해서 뒤늦게 재수사에 돌입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2개월 이상 지나 장씨의 이동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기록 등이 모두 삭제된 후였다.

 

폐쇄회로TV에 찍힌 장씨의 실종 전 모습. 장씨 가족 제공
폐쇄회로TV에 찍힌 장씨의 실종 전 모습. 장씨 가족 제공

◆휴대전화 꺼진 제주시 한림항 주변 등 수색

 

현재까지 장씨 카드 사용이나 휴대전화 기록, 병원 진료 이력 등 확인된 생활 반응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 친척동생은 “담당 경찰관이 최초 신고 당시 제주시 한림항 인근 위치 추적과 파출소 직원 수색 과정에서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남자 친구에게 위치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철수했다고 알려줬다”라며 “하지만 이후 경찰이 실제로 언니와 통화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진을 공개해 언니를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가출과 강력범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해경 등과 함께 이날부터 26일까지 하루 평균 140여명을 동원해 장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제주 한림항 주변과 거주지 인근에서 집중 수색을 전개하고 있다.

 

또 헬기와 드론, 체취 증거견, 잠수부, 경비정, 연안 구조정 등을 동원해 입체적인 수색을 전개하고 있다.

 

경찰은 집중 수색 기간 한림읍 해안가와 인근 해상 및 농로, 실종자 추정 경로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피고 도내 펜션 및 폐가, 보호소 등도 확인하고 있다.

 

실종 당시 장씨는 긴 생머리에 키가 158㎝(추정), 마른 체형에 금팔찌를 착용했다. 애교 섞인 말투가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