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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장입니까…세상 등진 자영업자 10년 전보다 5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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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23만원, 사장 34%는 그만큼 못 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모습. 뉴시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모습. 뉴시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가 10년 만에 50% 넘게 늘었다. 세상을 등진 이들 3명 중 1명은 50대였다. 이 같은 문제에 소상공인의 심리·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체 증가율의 다섯 배…40·50대가 열 중 여섯

 

20일 경찰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202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는 1321명이다. 10년 전인 2015년 879명보다 442명(50.3%) 늘었다. 그해 전체 자살자 1만4845명의 8.9%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살자는 1409명(10.5%) 늘었다. 자영업자의 증가 속도가 전체의 다섯 배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연도별로는 2015년 879명에서 2017년 927명, 2019년 1031명, 2021년 925명, 2023년 1179명, 2024년 1321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는 50대가 3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9.3%, 60대 이상 18.8% 순이다. 40·50대를 합치면 열 명 중 여섯 명으로, 가게에 생계를 걸고 가족 부양까지 맡은 연령대에 몰렸다.

 

집계 기준이 다른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로 보면 2024년 자살사망자는 1만4872명,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남성 자살률은 41.8명으로 여성(16.6명)의 2.5배였다.

 

◆ 코로나가 남긴 폐업, 길어진 침체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와 폐업,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후 침체가 길어지며 영업의 어려움은 물론 폐업 위기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빚 부담도 함께 커졌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집계한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은 14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2.6% 늘었다.

 

◆ 내년 최저임금 3.7% 인상…“지금도 부담” 87%

 

가게 문을 닫게 만드는 압력 가운데 사업주가 매달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인건비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700원으로 올해 1만320원보다 3.7% 오른다. 주 40시간 근무에 주휴수당을 더한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에게 물었더니 87%가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인건비 부담에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고용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는 응답이 38.4%, 무인화·자동화를 검토하겠다는 응답이 32.9%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77.6%가 현재 최저임금도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자영업자의 34.0%가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15만6880원보다 적게 벌고 있었다.

 

열 명 가운데 셋은 종업원에게 줘야 하는 월급만큼도 벌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구간에서 인건비는 경영 지표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가 된다.

 

◆ 주휴수당 피하려 쪼개기…73년 된 제도

 

인건비 논의에서 최저임금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주휴수당이다.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치 임금을 유급으로 더 주도록 한 제도로, 73년 전 도입됐다.

 

5일을 일해도 6일치 임금을 주는 구조여서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약 20% 높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 기준으로는 1만2384원, 내년 1만700원 기준으로는 1만2840원이 된다.

 

부담을 피하려 근무 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나눠 사람을 쓰는 이른바 쪼개기 고용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무인화·기계화로 사람을 아예 줄이는 선택도 함께 늘고 있다. 경영계는 폐지나 개편을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실질임금 감소를 이유로 반대한다.

 

주휴수당 논쟁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사업주가 감당하는 인건비와 근로자가 손에 쥐는 임금 사이의 간극은 자영업자를 짓누르는 조건으로 남는다.

 

◆ 지원센터-자살예방센터 매칭 35곳에서 61곳으로

 

사정이 이렇자 소상공인의 정신건강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50대 남성 소상공인의 정신건강 지원 활동을 본격화했다.

 

실제 50대 남성의 주요 자살 동기 가운데 경제생활 문제가 53.0%를 차지해, 경제적 지원과 함께 심리·정서적 위기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단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협력해 소상공인지원센터와 자살예방센터 간 1대1 매칭을 기존 35곳에서 61곳으로 늘렸다.

 

두 기관은 고위험군 발굴·개입·연계, 자살 예방 인식개선 캠페인, 자살 예방 교육, 맞춤형 서비스 지원, 자살 위험 수단 차단 등 지역 밀착형 생명지킴 활동을 추진한다.

 

지역센터에는 우울증 선별검사 도구인 PHQ-9을 비치해 소상공인이 스스로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게 했다. 고위험군으로 확인되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와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한다.

 

또 폐업을 고민하거나 사업을 정리한 소상공인을 위한 심리회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태연 소진공 이사장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혼자 고립되지 않도록 마음까지 살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