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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대화서 韓 패싱 우려… 李, 트럼프 띄우며 ‘물꼬’ 모색 [한반도 안보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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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메이커’ 시험대

정동영 “첫 관문 북·미정상 회동
본궤도 땐 남북·미·중 시간 기대”

李 “트럼프 피스메이커 활동 촉진”
美 대북 대화 추진 ‘뒷받침’ 강조

통일부, 김여정 입장 발표 놓고
“전쟁 끝내고 평화체제 구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이 먼저 이뤄질 경우 협상 초기 국면에서 한국이 논의 과정에서 다소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는 선을 긋고 미국과의 관계에는 여지를 남기는 상황에서 당분간 북·미 간 직접 소통이 남북 대화보다 앞서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만남 전에 2018년 6월 12 싱가포르,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계일보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만남 전에 2018년 6월 12 싱가포르,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계일보자료사진

북한은 지난 19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에서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과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정립한 직후 한국에는 대화의 조건 자체를 제시하지 않는 강경한 태도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태도는 북·미 대화 국면이 열려도 북한이 한국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대폭 축소하는 등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한국이 한반도 평화 문제의 당사자로서 협상 과정에 참여한다는 입장이지만,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과 최종 결정이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된 북한의 권력 구조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북·미 대화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역할이 자연스레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평화체제 구축 등 한국이 직접 참여해야 하는 현안이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미 대화 초기에는 한국이 조금 배제돼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화가 진척되면 한국이 자연스럽게 개입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를 고려해 한국의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당장 한국의 참여 여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을 우선 지원하고, 이후 논의를 남북·미·중으로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핵 중단을 위한 첫 관문은 북·미가 만나는 것이며 우리는 (북·미 대화 재개를)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금은 북·미의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간”이라며 “북·미의 시간이 잘 궤도에 올라타서 남북·미·중의 시간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를 평가하며 북·미 대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미 수차 밝힌 것처럼 저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피스메이커 활동을 촉진하고 기여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결단에 경의”, “피스메이커”, “존경한다” 등의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한·미 동맹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자유 통항과 관련해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밝힌 바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대한민국 법령과 기본정책상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러 실질적 기여 방안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미 측과 계속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 요구를 거절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데 대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머지않아 미국에서의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님과의 재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도 이날 김 부장의 발표에 대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연습 축소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려는 결단”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금년 내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와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평화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북측도 이 기회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