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에 경고등이 켜졌다. 진행 중이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갑자기 축소됐다. 애초 11일간 예정됐던 연습은 5일로 줄었고 후반부 반격연습도 취소됐다. 이를 단순히 김정은에게 보내는 대화의 신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훈련 비용을 문제 삼으면서 이란 문제에 한국이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미국에 기여하는 동맹국만 함께하겠다는 트럼프식 동맹관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북한에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주었다. 한·미 연합훈련이 군사적 필요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 따라 줄일 수 있는 대상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러·우 전쟁에 참전하면서 실전경험과 군사기술을 얻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커지는데 이를 억제할 연합훈련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더욱 의아한 것은 국방부가 이번 연습 시 예정됐던 미래연합사의 완전 운용 능력(FOC) 공동 평가를 17~18일 정상적으로 시행했다고 주장한 점이다. 연습 자체는 시작부터 혼선을 겪다가 결국 반 토막 나면서 후반부 반격연습까지 취소됐다. 그런데도 공동 평가를 마쳤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누가 납득할 것인가. 평가를 실시했다는 것과 전쟁수행능력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미검증 분야가 무엇인지 밝히고 이를 다음 연습에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지금 중요한 질문은 ‘언제 전작권을 전환할 것인가’가 아니다. ‘전환한 뒤 한·미 동맹은 어떤 모습일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의 논의에서는 그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전환 시기와 절차는 이야기하면서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를 지휘한 이후 미군 증원 전력과 전략자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북한 핵사용 상황에서 한·미가 어떻게 함께 결심하고 싸울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부족하다.
전작권을 가져온다고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북핵 시대에는 국군의 재래식 전력과 미군의 핵전력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특히 북한의 핵 사용 징후를 어떻게 공동으로 탐지·판단하고, 한국 정밀 타격·미사일 방어·ISR과 미국 전략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재래식-핵 통합(CNI) 개념과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필요한 것은 한·미 동맹의 분리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연합지휘와 CNI를 포함한 군사적 결합이다.
미군 증원전력도 더 이상 당연한 상수가 아니다. 유럽·중동·인도태평양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다중전구 시대에는 미국도 전력의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과거에는 시차별 부대전개제원((TPFDD)에 따라 69만명의 미군 병력이 증강된다고 자랑해 왔지만 2001년 대테러 전쟁 이후 언제나 병력이 부족했던 미국은 이를 확인한 바 없다. 이제 한국군은 미 증원전력이 늦어져도 전쟁 초기 단계를 감당하면서, 미군이 도착하면 즉각 하나의 전력으로 결합할 능력을 갖춰야 전작권 전환의 진정한 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의 범위도 한반도를 넘어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전쟁까지 수행하며 동맹을 군사력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이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방위만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에 머문다면 미국이 한국을 반드시 필요로 할 이유는 줄어든다. 인도태평양은 물론 중동까지 해상안보, 사이버·우주, 방산과 첨단기술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정부는 한·미 훈련 축소로 북한과 대화 여건이 조성되었다며 반긴다. 안보를 다져야 대화도 평화도 가능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은 전환 날짜가 아니라 전환 이후의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 청사진이다. 검증을 줄이면서 일정만 앞당기는 것은 자주국방이 아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한국이 주도하면서도 미국의 군사력을 얼마나 확실하게 한반도 방위에 결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전작권 전환에 앞서 한·미 동맹의 미래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