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닥치고 공급’ 속도전이 첫발도 떼지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만나 용산공원 개발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공원 보전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 주택공급과 양립할 방안을 찾자”며 공론화를 제안했다. 이에 오 시장은 “공원 본체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건 어떤 경우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일부라도 주거용 전용을 받아들이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 집값 불안이 날로 심각해지는 마당에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만 되풀이하며 시장 혼선과 시민 불안을 키우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8·13 공급대책은 용산공원 개발과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수도권에 23만채 이상을 신규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서울시와는 아무 협의를 거치지 않아 탈이 나고 말았다. 용산공원 개발 구상은 명분도 약하고 실효성도 떨어진다. 법 개정이나 행정절차는 제쳐놓더라도 토지오염조사와 정화작업에만 7∼10년 걸린다. 2020년 주택공급지로 발표된 캠프킴 부지는 6년이 지나도록 정화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2030 청년들조차 “입주할 때면 이미 청년이 아니다”라는 불만을 쏟아내는 판이다. 이런데도 정부가 용산공원 아파트 구상에 이토록 집착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서울시와 머리를 맞대고 공급절벽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 장관은 오 시장이 제안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고민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의 경우 민간정비사업은 신규공급물량의 70∼80%를 차지하고 수도권도 그 비중이 30∼40%에 달한다. 정부는 용적률과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임대주택비율 등 규제를 확 풀어 민간공급의 물꼬부터 터야 한다. 집값 급등이나 투기가 걱정된다면 기부채납이나 공공기여 등 정교한 안전장치를 두면 될 일이다.
서울시도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 오 시장이 이미 훼손됐거나 녹지기능을 상실한 그린벨트(3·4등급)의 해제를 수용한 건 바람직하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후보지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공급 물량 등 남은 쟁점도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서둘러 합리적 접점을 찾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