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전력공사만 가능했던 송전망 건설이 민간에 개방된다.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첨단산업 등에 필요한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가 민간시장을 개방해 전력망 건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전력망 3법’(전력망특별법·전기사업법·전원개발촉진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력망 3법은 국가 기간 전력망 건설 사업시행자를 ‘송전사업자’에서 ‘송전사업자 외의 자’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한전 외 민간 기업도 송전망 건설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입지 선정, 환경평가, 용지확보, 설계 등 송전망 사업 전 과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도 민간기업이 직접 수행한다. 사업시행 자격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기업만 얻을 수 있다.
민영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송전망 운영은 기존처럼 한전이 맡는다. 기업은 건설 사업을 시행한 후 한전에 설비를 넘겨야 한다. BT(Build-Transfer)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정부가 송전망 건설 업무를 민간에 개방한 것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한전 혼자 감당해내기 힘들단 판단 때문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로 반도체·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 등에 필요한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력망 구축이 국가적 과제가 된 만큼, 한전 중심 전력망 구축 체계는 변화를 맞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폐지하고 ‘장기고정가격 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RPS는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의무비율은 2012년 2%로 시작해 올해 15%까지 확대됐다. 발전사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거나 외부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들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 의무 비율을 충당해왔다.
최근 RPS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발전공기업 등이 자체건설·발전 보다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방식을 통해 손쉽게 외부에서 의무량을 충당해 민간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실제로 발전공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설비 자체건설 비중은 2014년 54.4%에서 지난해 18.7%까지 줄었다. 외부조달을 통해 의무비율을 채우다보니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나 결국 전기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재생에너지 민간발전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저렴한 외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 사용을 늘려왔다는 문제도 생겼다.
이 같은 한계가 드러나면서 정부는 RPS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내년부터는 ’장기고정가격 입찰제‘로 전면 전환된다.
정부가 용량 단위로 시장을 열어 장기고정가격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전공기업은 ’발전량‘이 아닌 ’용량‘ 단위로 직접 할당 의무를 지게 되고, 민간 발전사는 목표관리제 대상이 된다.
다만 기존에 발행된 REC에 대해서는 제도 변화를 소화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종류별로 입찰 상한가도 제시한다. 상한가를 매년 조금씩 낮춰가면서 정산 단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