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잼버리 이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던 새만금개발계획(MP)이 기업 투자와 산업 수요를 중심으로 다시 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의 지연을 두고 ‘희망고문’을 언급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의 실행력과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밑그림이 구체화됐다.
새만금개발청은 20일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의 주요 내용과 현대차그룹 투자 이행 상황을 공개했다.
변경안의 핵심은 개발 방식을 민간 투자 중심에서 공공 주도로 전환하고, 기업 수요가 높은 지역을 우선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 계획상 2050년까지 매립하기로 한 240.5㎢ 가운데 169.6㎢를 2035년까지 우선 매립한다. 기업 수요에 따라 향후 용도를 결정할 전략적 유보지 12.2㎢를 포함하면 전체 매립 면적은 181.8㎢다.
산업 용지는 현재 12.1㎢에서 37.5㎢로 2배 이상 확대하고, 산업 거점도 1곳에서 4곳으로 늘린다. 1산단은 로봇·인공지능(AI), 2산단은 첨단 농기계, 3산단은 수소, 4산단은 재생에너지 전후방 산업 중심으로 육성한다.
새만금 내부 개발에 그치지 않고 군산·김제·부안 등 주변 도시와 산업을 연계하는 광역 성장전략도 추진한다. 광역철도와 광역간선급행버스(BRT) 등 교통망을 확충하고, 새만금 안에 주거·교육·의료 기능을 모두 새로 만들기보다 주변 도시의 기존 정주 기반을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도 이번 기본계획 변경의 핵심 변수로 반영됐다. 현대차그룹은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도시 등에 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핵심 사업인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공장은 1산단 7공구에 들어선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3월 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시작으로 내년 말 태양광 발전과 수소 생산 시설 착공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 9월 AI 데이터센터 건축심의를 신청하고 새만금개발청은 연내 건축허가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AI 데이터센터를 중장기 수요에 맞춰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연관기업의 새만금 동반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이에 맞춰 산업용지와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에너지 산업 육성에도 힘을 싣는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7GW에서 10GW로 확대하고, 1산단과 3산단을 우선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산단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전북도와 추진한다. 장기적으로 새만금 4개 산단 전체를 RE100 산단으로 조성할 구상이다. 3산단은 부안 수소도시와 신재생 에너지 산단과 연계해 수소 특화 산단으로 육성한다. 새만금의 로봇·AI 등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신산업 실증 특례와 정책금융 등을 지원하는 ‘메가특구’ 지정도 추진한다.
교통·산업 기반 시설도 속도를 낸다. 남북3축 도로는 2030년 착공하고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2033년, 새만금국제공항은 2030년 완료를 목표로 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의 개발을 조정하고, 새만금호 배수갑문 증설과 조력발전시설 설치를 추진해 홍수 대응과 수질 개선을 동시에 꾀한다.
새만금개발청은 오는 24일 주민 설명회를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관계 기관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 공청회를 거쳐 10월까지 기본계획 변경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계획의 성패는 ‘계획을 얼마나 빨리 현실로 옮기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실제 착공과 연관 기업 유치로 이어지고, 산업 용지와 기반 시설이 적기에 공급된다면 새만금이 AI·로봇·수소·재생에너지가 결합된 전북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지역 의견을 충분히 듣고 매립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고 제2, 제3의 국제 기업이 새만금에 계속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