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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건넨 선 하나, 아들은 그림으로 답했다”…한부열·한병주 부자의 특별한 예술 대화

발달장애인 1세대 작가로 주목받아온 한부열 작가와 그의 아버지 한병주 작가가 캔버스 위에서 특별한 대화를 나눈다.

 

부자(父子)가 함께하는 2인전 ‘Let’s Go with HBY 2026-너를 비추는 나’가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2026년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선정 기획전으로, 아빠와 아들이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해온 시간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한병주 作 은하수 50x70cm Acrylic on canvas 2023
한병주 作 은하수 50x70cm Acrylic on canvas 2023

전시에는 한부열 작가의 개인작 23점과 한병주 작가의 개인작 23점,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콜라보 작품 11점 등 모두 57점이 선보인다.

 

한부열에게 아빠는 세상과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다. 작가는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자신만의 독특한 선을 통해 사람과 풍경, 그리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를 표현해왔다. 그 선에는 아빠를 향한 애정과 신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부열의 작품은 복잡한 기교나 설명을 앞세우지 않는다. 거침없이 이어지는 붓질과 그 안에 담긴 순수한 시선은 관객에게 오히려 강한 울림을 준다. 그의 그림에서 ‘선’은 단순한 조형적 요소를 넘어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소통의 언어이자 아빠에게 건네는 마음의 표현이 된다.

 

아버지 한병주는 아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을 캔버스에 펼쳐낸다.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빛, 광활한 우주를 소재로 인간의 그리움과 희망,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이야기한다. 그의 우주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부자가 함께 완성한 11점의 콜라보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너를 비추는 나’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과 시선을 마주하며 하나의 화면을 완성했다. 아들의 선과 아버지의 색과 이미지가 만나면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예술세계가 하나의 언어로 이어진다.

 

장애와 비장애, 아들과 아버지라는 경계를 넘어 오랜 시간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온 과정이 공동작업에 녹아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의 기록인 셈이다.

 

한부열 作 손잡아요 91x117cm Acrylic on canvas 2024
한부열 作 손잡아요 91x117cm Acrylic on canvas 2024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부열 작가의 어머니이자 매니저인 임경신 기획자는 “한부열 작가는 1세대 발달장애인 작가로서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해왔다”며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한부열 작가가 아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아빠는 아들을 통해 그림 속에서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의 콜라보 작품을 통해 그 사랑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는지를 관객들이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부열은 오늘도 선을 긋는다.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그 선은 때로는 사람을 그리고, 때로는 풍경이 되며, 아빠를 향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선에 아버지 한병주의 우주가 더해지면서 두 사람만의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다.

 

‘너를 비추는 나’는 결국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아빠와 아들이 그림을 통해 나눈 시간은 장애예술이라는 틀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예술의 본질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