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삐는 태어난 지 40여 일 만에 우리 집에 왔다. 작고 여린 강아지였던 금삐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어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였을까?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랐고, 나이가 들어 노견이 될 때까지 우리 곁을 늘 한결같이 지켜주었다. 산에도 데리고 다녔고, 바다에도 함께 갔다. 어디를 가든 금삐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장거리 차량 이동이 힘들어지면서부터는 여름휴가 때마다 금삐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내가 집을 지켰다. 강아지호텔에 맡겨본 적도 없고, 하루 이상 혼자 집에 둔 적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금삐를 애지중지 키웠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금삐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괴롭게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급히 찾아간 병원에서 전해 들은 진단명은 심장 질환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녀석이 앞으로 2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했다. 그날 이후 우리의 일상은 정기적인 병원행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잠깐의 차량 이동조차 금삐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됐다. 차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병원에 한 번 다녀오는 일조차 너무나 조심스럽고 두려운 큰일이 됐다. 매달 청구되는 병원비 역시 넉넉지 않은 살림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때의 내게 돈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금삐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할 수만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끝까지 지켜주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금삐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거실 카펫이 온통 금삐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넘어졌는데 혼자 일어나지 못해 계속 버둥대다가 몸이 쓸려 살이 깊게 패었던 것이었다. 그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금삐를 보내준다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루만 더, 며칠만 더 함께하고 싶었다. 결국 가족들과 고민한 끝에 금삐를 편안하게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나는 욕심을 부렸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었고, 명절에는 내가 하루 종일 금삐 곁에 있어줄 수 있으니 그때까지만 조금 더 버텨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며칠만 더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금삐를 떠나보낸 뒤 한동안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너무 늦게 보내준 것은 아닐까'. ‘금삐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도 내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고생을 더 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금삐를 위한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위한 욕심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끝까지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사랑이다. 그러니 자신을 너무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랬다. 조금만 더 함께하고 싶었고, 조금만 더 버텨주기를 바랐다. 그것 역시 금삐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생긴 마음이었다. 다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더 함께하고 싶은 것’보다 ‘이 아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 그 선택은 너무나 어렵지만, 때로는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 또한 마지막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대구 중구 동인동 이정희씨 사연>
■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주었고, 그렇기에 더 아픈 이별을 경험한 반려인들을 위해 연재물 김덕용의 ‘펫 상실학 개론’에서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가슴속에 묻어둔 아이와의 추억, 그리고 남겨진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에 참여해 주세요.
△참여 대상 :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모든 반려인
△작성 분량 : 예) A4 용지 1장 내외 또는 자유 분량
△우대 사항 : 아이의 생전 모습을 담은 소중한 사진 첨부
△접수 방법 : 이메일(kimdy@segye.com) 또는 전화(010-2280-5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