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알캉·고도프스키·소랍지의 음악을 들려줬다. 연주하기가 너무 어려워 연주사에서 밀려난 작곡가들이었다. 피아니스트로 자란 아들은 고도프스키가 쇼팽 연습곡을 원곡보다 어렵게 개작한 ‘쇼팽 연습곡에 의한 연습곡’ 전곡 53곡, 알캉·헨젤트의 피아노 협주곡 등 초고난도 작품을 잇달아 녹음했다. ‘초인에 가깝다’는 평판과 함께 ‘슈퍼 비르투오소’라는 별칭이 붙었다. 1998년에는 현대에 작곡된 중요한 변주곡으로 손꼽히는 프레데릭 제프스키의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를 녹음했다. 1973년 칠레 쿠데타 이후 저항가요가 된 노래를 73분짜리 변주곡으로 키운 작품이다.
9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프랑스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64) 이야기다. 국내 악단과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하이페리온과 전속으로 92장을 냈고, 30여 편을 쓴 작곡가이기도 하다. 아믈랭은 대중에게는 미국 작곡가 윌리엄 볼콤(1938∼)의 ‘우아한 유령 래그’ 연주로 친숙한 피아니스트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협주곡으로는 이례적으로 네 악장에 50분 안팎이 걸리는 작품이다. 독주자가 앞으로 나서기보다 관현악과 대등하게 맞물려, 흔히 피아노가 딸린 교향곡으로 불린다.
로베르토 아바도 국립심포니 음악감독은 2부에선 슈만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그는 슈만·멘델스존 시리즈로 문학과 독일 낭만주의의 흐름을 짚어왔다. 슈만의 교향곡 2번은 그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며 완성한 작품으로, 어두운 정서에서 출발해 빛을 향해 나아가는 흐름을 품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슈만·멘델스존 시리즈의 흐름 속에서 슈만과 음악적으로 깊은 인연을 맺은 브람스를 함께 조명한다”며 “브람스 협주곡 2번에서는 아믈랭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대화를, 슈만 교향곡 2번에서는 내면의 긴장과 이를 넘어서는 음악적 성취에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