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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탄두 57개냐 120개냐…숫자 뒤에 숨은 ‘변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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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우라늄 시설, 핵탄두 수 흔든다
핵기술 따라 플루토늄 탄두 추정 2배
위성·지진파 동원해도 정확한 계산 한계

북한 핵탄두 숫자를 놓고 시각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7개라고 언급했고,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80∼120개라는 훨씬 큰 숫자를 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 핵탄두를 살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 핵탄두를 살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북한이 6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북한이 핵탄두 90기 분량의 핵분열 물질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약 50기는 조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와 싱크탱크의 북한 핵탄두 보유량 추정치는 제각각 다르다. 분석 결과가 서로 다르다면 사람들로선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의 환경과 핵물리학 특성 등에 기인한 바 크다.

미국 위성서비스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021년 3월에 찍은 영변 핵시설 단지 내 일부 시설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위성서비스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021년 3월에 찍은 영변 핵시설 단지 내 일부 시설의 모습. AP연합뉴스

◆핵사찰 없어도 북핵 파악…불확실성 커

 

북한은 2009년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지 않고 있어 핵능력의 실체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IAEA 사찰관이 북한에 없지만, 북핵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국제조약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감시 기법인 국가기술수단(NTM)이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등의 국제 감시체계다.

 

냉전 시절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에서 처음 등장한 NTM은 북한, 파키스탄 등 미사찰 국가를 대상으로도 적용된다.

 

우선 위성사진이나 항공기의 방사능 탐지 센서 등으로 감시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위성서비스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019년 3월에 찍은 평양 인근 산음동의 미사일 공장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위성서비스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019년 3월에 찍은 평양 인근 산음동의 미사일 공장 모습. EPA연합뉴스

플래닛 랩스 등 고해상도 상업용 위성영상서비스 업체의 사진을 활용하거나 미국 국가정찰국(NRO)·국가지리정보국(NGA) 등 정보기관 데이터를 사용해서 시설 건설, 굴착, 차량 및 인력 이동 등을 추적한다.

 

지하 핵실험 등에서 발생하는 지진파 규모를 통해 핵탄두 위력이나 설계 수준 등을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세계 각국의 지진 탐지체계나 CTBTO 감시시스템 등에서 탐지가 가능하다.

 

무선 교신이나 이메일을 가로채는 도청, 레이더나 미사일 통제체계 등의 전자장비에서 방출하는 전자신호를 수집·분석하는 계측정보는 영상정보의 한계를 보완해준다.

 

정보기관이 요원을 투입해서 확보한 정보나 관영매체 보도,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핵물질 생산 장비·원료의 이동 경로 추적 등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들은 불확실성이 크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서울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직원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서울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직원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위성사진은 영변·강선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등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으나, 지하시설이나 건물 내부 동향은 알 수 없다.

 

지진계도 저위력 핵실험이나 고폭시험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기밀 사항이라 대부부의 싱크탱크들은 접근할 수 없다. 활동 결과를 열람해도 방법론을 검증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기법들이 북한 핵탄두 숫자를 정확하게 세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간접적 징후들을 분석가들이 종합 분석해서 핵탄두 숫자를 추정한다.

 

그러다보니 정보기관과 민간 싱크탱크, 각국 정부의 북한 핵탄두 숫자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핵물질과 핵탄두 상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달라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전술핵무기 화산-31과 순항미사일 등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23년 3월 28일 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로부터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른 핵무력 강화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전술핵무기 화산-31과 순항미사일 등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23년 3월 28일 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로부터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른 핵무력 강화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우라늄 농축 실체 확인 어려워

 

북한의 핵무기 제작 방식도 핵탄두 보유량 확정을 어렵게 한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고, 원심분리기 시설을 구축해 우라늄 농축도 진행중이다.

 

플루토늄은 영변 원자로를 위성을 감시하면 가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생산량을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나 싱크탱크의 추정치 오차도 크지 않다.

 

반면 우라늄 농축은 다르다. 영변 원심분리기 시설을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 모두 투입하면 연간 80㎏을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원심분리기 시설을 북한이 몇 개나 갖고 있는지, 시설들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정보기관, 특히 냉전 시절부터 옛소련과 중국 핵 관련 동향을 파악해온 미국 정보 커뮤니티는 북한의 미신고 핵시설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NRO 등이 운용하는 정찰위성과 민간 위성서비스 업체의 고해상도 위성을 투입하면, 북한 내륙 지역에서 의심스런 시설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는 늦가을과 겨울철에 더욱 유용하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에는 울창한 산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시설도 나뭇잎이 땅에 떨어져 있으므로 위성에 쉽게 노출된다.

 

겨울에는 지붕이나 마당에 눈이 녹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면 미신고 시설로 의심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시설에서 내뿜는 열로 인해 지붕에 쌓인 눈이 녹고, 차량을 통한 화물 상·하차 때문에 마당과 진입로에 제설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광학·적외선 영상위성과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으로 북한 내륙 지역을 집중 촬영하면 상당한 수준의 의심 시설을 찾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무기 화산-31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무기 화산-31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이같은 정보는 민간 싱크탱크가 접근할 수 없는 기밀정보다. 여기서부터 민간 싱크탱크와 정부기관의 우라늄 농축 추정치가 차이가 난다.

 

정보기관의 데이터도 오차가 쌓인다. 위성으로 확인해도 건물 크기를 기준으로 원심분리기 수량을 추정한 뒤, 이를 토대로 HEU 생산량을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하므로 변수가 클 수밖에 없다.

 

원심분리기 시설 가동 시점과 평균적인 가동률 수준도 가정의 영역에 해당한다. 북한이 쓰는 원심분리기의 성능도 상당 부분 비공개 상태다.

 

민간 싱크탱크도 정보기관도 이같은 오차가 계속 누적되면 편차는 매우 커진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정확하게 계산해도 HEU 생산량에 대한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면, 북한이 핵탄두를 얼마나 생산했는지도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할 수가 없다.

 

이는 북한 핵탄두 숫자를 둘러싼 정부 및 싱크탱크들의 오차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핵기술 특성도 변수

 

북한의 핵기술 수준과 특성도 핵탄두 숫자 파악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핵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더 적은 양의 핵물질로 더 가볍고 위력적인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1945년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처럼 초보적 수준의 핵폭탄은 1기당 플루토늄 6∼8㎏이 사용됐다.

 

핵분열 연쇄반응의 효율을 높이고자 약간의 중수소-삼중수소로 핵분열 효율을 높이는 부스팅(boosting)을 사용하면 핵탄두 1기당 사용되는 핵물질의 양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론 3∼4㎏ 정도로 알려져있다. 부스팅을 쓰면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도 가능해지므로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핵보유를 넘어서서 핵탄두 실전 사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을 방문,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을 방문,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북한 플루토늄 재고량과 북한 주장 핵기술을 토대로 핵탄두 숫자를 계산할 때, 초보적 수준의 내폭 기술과 부스팅 단계의 핵기술을 각각 적용하면 플루토늄으로 만든 핵탄두 숫자 추정치를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게 한다.

 

여기에 정확한 양상을 파악하지 못하는 HEU가 더해지면, 편차는 더욱 커진다.

 

이같은 편차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북한 핵탄두 설계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와 더불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핵실험의 지진파 데이터가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폭발이 클수록 지진파도 세다. 다만 핵분열만으로 낼 수 있는 위력은 한계가 있다.

지난 2018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를 폭파하기 전 국제기자단이 인근에 모여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8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를 폭파하기 전 국제기자단이 인근에 모여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한계를 넘어서는 지진파가 감지됐다면, 미국 네바다나 옛소련 세미팔라틴스크 등에서 이뤄진 핵실험 데이터와 비교해서 부스팅이나 증폭핵분열 같은 기술 또는 수소폭탄 기술이 적용되어 위력이 강해졌다고 추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도 변수는 있다. 관측소의 위치에 따라 지진파가 다르게 감지될 수 있다.

 

북한 핵실험장인 풍계리의 지질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핵탄두를 단단한 화강암 지대에 깊숙하게 묻고 밀폐하면 핵폭발로 방출된 에너지가 지진파로 제대로 전달된다. 반면 무른 지형에선 실제보다 작게 관측될 수 있다.

 

풍계리는 화강암 지대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지질 구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핵탄두 규모에 대해 각국 정부와 민간 싱크탱크가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하는 것은 그만큼 북핵의 실체에 정확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한의 핵능력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고심은 국제사회의 사찰이 재개될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