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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조원대 미래기금, 정부 입맛 맞춘 ‘쌈짓돈’ 돼선 안된다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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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가세수’ 등 재원으로 ‘재정 저수지’ 마련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 중점투자
예산보다 국회 통제 느슨해 ‘상시 추경’ 우려도
교육교부금 연동제 폐지, 교육계 소통 강화를

정부가 반도체 특수(特需)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稅收) 등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자동연동제를 폐지함으로써 절약하는 돈으로 12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만든다고 21일 밝혔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조세 수입이 당초 계획보다 넘칠 때 흥청망청 쓰지 않고 한곳에 모아 향후 발전 전략을 위해 활용하는 ‘재정 저수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약진에 따라 국민 1인당 약 44만원의 배당금을 뿌리는 대만의 포퓰리즘성 정책보다는 진일보하다. 문제는 벌써부터 정부의 ‘쌈짓돈’ 논란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잡음을 최소화하는 정책 실행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재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내국세 증가율에 기획예산처가 밝힌 내년도 내국세 추정치를 감안하면 98조원 + α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국세 자동연동제 폐지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절감액 20조원을 더하면 최소 120조원 규모의 기금이 조성될 수 있다. 올해 대한민국 예산(본예산 기준 약 728조원)의 17%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정부는 이 기금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중점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에 대해 기금이 정부의 재량권이 커지는 쌈짓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예산과 달리 기금은 같은 나랏돈이지만 일정 비율(사업성 기금 20%, 금융성 기금 30%) 내에서 국회 심의 없이 자체 집행이 가능하다.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아 필요할 때마다 곶감 빼먹듯이 빼먹는 ‘상시 추가경정예산’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수요가 발생했을 때 추경을 거치는 것보다 기금에 적립된 금액을 활용하면 신속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국민과 야당이 얼마나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여윳돈이 생기면 일부라도 빚(국채)을 먼저 갚는 게 상식일 수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당해 연도의 ‘초과 세수’는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그럼에도 이번에 ‘추가 세수’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미래대응기금에 활용하도록 했다. 추가 세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 추세를 넘어서는 조세 징수이고, 초과 세수는 이런 추가 세수의 전망도 뛰어넘는 조세 징수다. 새로 도입된 추가 세수의 개념을 제도화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한다는 계획이지만 기금 활용을 위해 국가재정법의 근간마저 흔든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관련해 내국세의 20.9%를 자동배정하던 제도를 55년 만에 폐지한 것은 의미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 세수 증가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 방만하게 운영된 건 사실이다. 특히 교부금 사용 대상인 유치원·초·중·고교는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고등교육(대학 등)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투자로 양극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동을 동시에 반영한 새로운 산식(算式)이 마련되면서 최소한 전년의 교부금 수준은 보장됐다. 정부는 교육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만큼 추후라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새로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적극 설명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반영하기 바란다.

 

정부는 지방교부세 조정 방침도 밝혀 지방자치단체 곳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국세의 19.24%를 배정하는 방식을 수정해 내국세 중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은 제외하기 때문이다. 세수가 급증하면 지방교부세의 절대액은 늘 수 있으나 당초 지자체가 기대했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여기에 미래대응기금에 지방계정을 따로 둬 지역성장거점 조성, 정주 여건 개선 등에 재투자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지만 결국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줄 세우기가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