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국채 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 카드를 들고 나온 가운데, 해당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결정 권한이 없는 미 재무부가 무리하게 시장을 개입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 장관인 재닛 옐런 전 장관 시절 시행된 유사한 정책을 강력 비판하기도 해 논란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 구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1회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20일에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백 규모가 회당 4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며 “그 일환은 여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현재 국채 금리가 근본적인 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것이다. 특정 만기 구간의 유동성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번 경우엔 급등하는 장기물 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국채를 매입하고, 대신 그 비용은 단기채를 발행해 메운다. 장기채를 단기채로 대체하는 셈으로 이를 통해 장기 국채 수요를 낮춰 금리 발작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연준(연방준비제도·Fed)과 달리 미 재무부는 금리에 개입할 정규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장기채 대신 단기채 비중을 늘려 장기 안정성이 필수인 정부 재정 운용에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따라온다. 이에 따라 연준을 컨트롤할 수 없는 재무부가 인위적으로 시장 금리에 개입해 11월 중간선거까지 ‘증시 떠받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침 재무부가 제시한 정책 시행 기한이 중간선거일 바로 다음인 11월4일까지라 비판은 더욱 크다.
공교롭게도 옐런 전 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말기 대선을 앞두고 유사한 전략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옐런 전 장관은 미 정부의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 발행을 늘리며, 바이백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 정부내 단기채 비중을 대폭 늘렸다. 심지어 베선트 장관도 당시 옐런 전 장관의 재무부가 단기물 발행 비중을 늘린 것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 정책을 옐런이 과도한 지출로 인한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시장 균형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미 독립경제매체 울프스트리트의 울프 리처 대표는 “베선트 장관이 2024년 절박한 심경에 빠진 옐런이 시작했던 그 ‘허울뿐인’ 국채 매입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 매입은 단순히 채무 스왑에 불과하다. 베센트는 장기 국채 및 채권 입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단기 국채 입찰을 늘려 발행 비중을 단기 국채로 전환함으로써 훨씬 더 큰 규모로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며, 실제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선트 장관의 바이백 매입 확대가 단기처방에 그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20일 정책 확대 발표 직후의 하락분을 하루 만에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7bp(1bp=0.01%포인트)가량 상승해 한때 5.27%까지 올랐다. 이는 전날 미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 발표 직전과 유사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4.71%까지 올라 2025년 초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시장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회사채 공급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임시 처방'에 가깝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국가 부채 규모가 사상 최초로 40조 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적자와 차환 수요로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가 오르고, 높아진 금리가 다시 정부의 이자 비용과 부채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 우려도 제기된다. ING는 이날 보고서에서 재무부의 개입 자체는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지원을 위한 국채 바이백 규모를 20억달러 늘리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