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확 올랐을 때 코스피로 갈아탈걸…”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41)씨는 최근 하락하는 코스닥 그래프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연초 코스닥 지수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 규모를 늘렸다가 하락장에 붙잡혀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그러다 이달 코스닥 반등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주가가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자 박탈감이 커졌다. 최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환원 정책에 수급이 다시 그쪽으로 몰리는 형국”이라며 “정부의 코스닥 체질 개선 등 앞으로 호재들도 많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이날 38.95포인트(4.63%) 하락한 801.9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강한 매도세가 몰리며 오전 10시5분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코스닥과 같이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등 효과에 힘입어 60.37포인트(0.88%) 오른 6912.95에 마감하며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코스닥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코스닥의 이달 반등세는 눈부셨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상승률이 20.13%에 달했다.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그간 과도한 하락에 따른 저평가 속에 정부의 시장 체질 개선 등 정책 기대감이 맞물리며 급등세를 탔다. 특히 지난달 31일 코스닥 투자 수요를 흡수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기본예탁금 상향 규제가 시작되며 순환매가 이뤄지자 지수는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 이번 주(18∼21일) 수익률은 -3.87%로, 20일을 제외하곤 모두 하락했다.
최근 대형 반도체주로 수급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이 다시 소외되는 흐름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관련이 깊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9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약 90조~11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올해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 국내 상장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두 종목을 중심으로 코스피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릴수록 상대적으로 코스닥은 수급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도 코스닥 시장을 보는 시각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코스닥에도 향후 호재가 많지만, 당장 상승 모멘텀이 큰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코스피가 투자처로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민성장펀드,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 정책 이벤트가 다수 대기 중”이라며 “V자형 반등이 제한되더라도 9월 이후 코스닥은 정책 효과에 힘입어 상승 동력을 재차 확대하며 1000포인트 수준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코스닥 비중 확대 전략은 개인 수급 복귀와 대형주 쏠림 완화에 힘입어 유효했지만, 2024년 이후 국내 모멘텀 스타일은 코스닥보다 코스피와 높은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 이익추정치는 지속 상향됐고 외국인 자금 역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유입된 만큼, 단기 낙폭과대 반등 이후에는 결국 이익과 수급이 뒷받침되는 코스피로 다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