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하나가 들어서면 새로운 생활체육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시설을 짓는 순간부터 매년 반복되는 비용도 함께 따라온다. 잔디와 배수시설을 관리하고 각종 시설물을 보수하는 것은 물론, 침수나 훼손이 발생하면 복구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파크골프가 이제 단순한 생활체육을 넘어 ‘얼마를 들여 어디에 시설을 만들 것인가’에서 ‘만든 시설을 앞으로 누가, 얼마나 부담하며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더라도, 공공부지와 지방재정을 계속 투입하는 만큼 조성 이후의 유지·관리 비용까지 따져봐야 한다.
22일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등록 회원은 2020년 4만5478명에서 2025년 22만9757명으로 5년 만에 약 5.1배로 늘었다. 2022년 10만6505명과 비교해도 3년 만에 115.7% 증가했다. 전국 파크골프장도 2022년 328곳에서 2025년 552곳으로 68.3% 늘었으며, 올해 1월 기준 운영 중인 시설은 564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140여곳이 새로 생겼다.
수요가 커지면서 지방선거 공약에도 파크골프가 잇따라 등장했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인 243명 가운데 130명(53.5%)이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시·도지사는 16명 중 6명(37.5%), 시·군·구청장은 227명 중 124명(54.6%)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18명, 경기 17명, 전남 14명, 경남 12명, 경북 10명 순으로 많았다. 기초단체장 공약 보유율은 울산 80.0%, 서울 72.0%, 대구·경남 66.7%, 전남 63.6%, 전북 57.1%, 부산 56.3%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파크골프 시설 확충 공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청장 등 26명 가운데 19명(73.1%)이 파크골프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기존 시설 확대·확충이 12명(63.2%)으로 가장 많았고, 신규 조성이 6명(31.6%), 운영·활성화가 1명(5.3%)이었다. 운영·활성화 공약에도 스크린 파크골프장 조성이 포함돼 사실상 19명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시설 확대를 공약한 셈이다.
문제는 서울의 파크골프장 확충이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기보다 기존 공공공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실외 파크골프장은 2024년 22곳에서 지난해 30곳, 현재 34곳으로 2년 사이 54.5% 증가했다. 현재 운영 중인 시설 가운데 하천변이 17곳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공원·녹지가 7곳, 유수지 등 기존 부지가 10곳이다.
기존 공공공간을 파크골프장으로 전환하면서 용도를 둘러싼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노을공원에서는 캠핑장과 공용 잔디밭 일부를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면서 가족과 어린이가 이용할 공간이 줄어든다는 반발이 제기됐고, 서초구 청계산 수변공원에서는 녹지 훼손과 농약, 소음 등을 둘러싼 우려가 나왔다. 세종시는 도심 공원 한가운데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됐고, 충남 태안군은 농업진흥구역에 조성하려다 사업을 중단했다.
하천변 시설은 침수와 복구 비용이라는 변수도 안고 있다. 중랑구가 약 7억원을 들여 조성한 중랑천변 파크골프장은 집중호우로 물에 잠기면서 펜스 등이 파손됐고, 영등포구가 지난해 6월 준공한 안양천 제2파크골프장도 하천 관리와 치수 안전성을 놓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보완 요구를 받았다. 여기에 이용객 요구에 따라 홀 거리가 최장 300m에 이르는 대형 시설까지 등장하면서 코스 규모와 입지에 따른 안전기준 마련도 과제로 떠올랐다.
부산 강서구는 9월부터 12월까지 11억5000만원을 투입해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 18홀을 추가로 조성한다. 기존 90홀에서 108홀로 늘어나는 것으로, 증설이 완료되면 부산 최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된다. 강서구는 앞서 지난 5월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서울시 본청과 25개 자치구의 연도별 본예산 세출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파크골프 관련 예산은 2023년 27억1600만원에서 올해 58억8800만원으로 31억7200만원(116.8%) 증가했다.
시설 조성 예산은 24억5300만원에서 39억6600만원으로 15억1300만원(61.7%) 늘었다. 반면 운영·유지관리 예산은 2억4400만원에서 15억8100만원으로 13억3700만원(548.0%) 폭증했다. 전체 예산에서 시설 조성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0.3%에서 올해 67.4%로 낮아진 반면, 운영·유지관리비 비중은 9.0%에서 26.9%까지 커졌다.
시설 조성비보다 운영·유지관리비의 증가폭이 훨씬 가파르다는 점에서, 파크골프장 확충이 지방재정에 반복적인 지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공통 기준 마련에 나섰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사장 하형주) 산하 한국스포츠과학원과 세종시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현재 파크골프장 표준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국회 심의 단계에서 1억5000만원의 용역 예산을 확보하면서 관련 연구가 본격화됐다.
용역을 수행하는 한국스포츠과학원은 표준모델에 파크골프장 입지 조건과 준수해야 할 법적 절차, 안전기준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홀 거리 등 구체적인 기준 마련도 연구 대상이다. 한국스포츠과학원은 지난 6월 세종시 관내 파크골프장을 둘러보며 현장 특성을 살폈으며, 연구용역은 올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