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김밥을 계속 말다 보니 손가락 관절까지 아픕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밥집을 운영한다는 점주가 최근 올린 글이다. 다른 업주도 “재료 준비에 체력이 다 들어가는데 4000원짜리 김밥도 비싸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적었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분식전문점이 1년 새 300곳 가까이 줄었다. 전국 분식점 사업자 수도 5만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쌀과 계란, 채소값이 한꺼번에 뛰고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동네 김밥집이 버틸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정작 김밥 값은 오르는데, 그 몫이 점주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김밥 한 줄 3838원, 분식집은 287곳 순감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시내 분식전문점은 944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35곳)보다 287곳(2.9%) 줄었다. 새로 문 연 곳과 폐업한 곳을 모두 반영한 순감 수치다. 서울 분식전문점은 2024년 2분기 9989곳을 정점으로 매 분기 줄어드는 추세다.
전국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2021년 5만5429명에서 지난해 4만9026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처음 5만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4만7863명까지 내려갔다. 점포 수가 아닌 사업자 수 집계지만, 업종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는 충분하다.
반대로 김밥 값은 빠르게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623원)보다 5.9%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4.3%), 칼국수(3.6%), 냉면·삼계탕(각 2.8%) 등 소비자원이 추적하는 주요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쌀 13.2%·계란 9%↑…원가 부담이 겹친 김밥 한 줄
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밥을 짓고 계란을 부친 뒤 당근·시금치 같은 재료를 일일이 손질하고 볶아야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마는 것부터 써는 것까지 대부분 사람 손을 거친다.
절단기와 성형기가 보급됐다지만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공정은 일부에 그치고, 수십만~수백만원짜리 장비 값도 영세 점포엔 부담이다.
재료비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올해 2분기 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계란은 9.0%, 김은 2.5% 상승했다.
채소는 더 가파르게 움직였다. 지난 18일 기준 당근 소매가격은 한 달 전보다 14.9%, 시금치는 97.5% 뛰었다. 여러 재료를 조금씩 쓰는 김밥집 입장에선 가격 변동뿐 아니라 남은 재료의 보관·폐기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인건비 역시 오름세다. 올해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지난해(1만30원)보다 290원(2.9%) 올랐고, 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이다. 2021년 최저임금(8720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8.3% 상승했다.
◆4000원 받자니 손님 걱정, 안올리자니 마진 감소
서울 영등포구의 한 김밥집 점주는 최근 김밥 값을 500원 올렸다. 수년간 가격을 유지했지만 더는 재료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밥은 오랫동안 ‘서민 외식’으로 여겨져 온 만큼 가격 저항이 강하다. 한 줄 값이 오르면 라면이나 떡볶이를 곁들인 한 끼 비용이 금세 1만원 안팎까지 올라간다.
양을 줄이면 손님 불만을 사고, 가격을 올리면 주문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오른 원가를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편의점과의 경쟁도 부담이다. 편의점은 대량생산과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김밥을 주로 2000~3000원대에 판매한다. 매장에 앉아 먹을 필요가 없는 소비자라면 동네 김밥집보다 가격과 접근성에서 유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해외에서 뜬 김밥, 특수는 편의점 몫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이후 김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작품 공개 이후인 지난해 7~8월 CU에서 해외 결제수단으로 이뤄진 김밥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1% 급증했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 역시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도 점포를 줄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보면 김가네 매장 수는 2022년 448개에서 2024년 378개로, 고봉민김밥인은 같은 기간 541개에서 450개로 줄었다.
바르다김선생도 2023년 125개에서 지난해 94개로 축소됐다. 1992년 문을 연 김가네 대학로 1호점도 지난 7월 31일 영업을 마쳤다.
국세청이 지난해 공개한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에 따르면 분식점의 5년 생존율은 31.6%로, 일식·중식·한식·패스트푸드·커피음료점 등 외식 관련 업종 중 가장 낮았다. 100대 생활업종 전체 평균(39.6%)에도 못 미친다.
가격은 오르는데 가게는 줄어드는 상황이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김밥 한 줄 값과 점주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별개 문제다.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김밥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동네 김밥집들은 가격을 올려 손님을 잃거나 가격을 유지한 채 자기 몫을 줄이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