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들어선 투숙객이 프런트 데스크 앞에 줄을 서지 않는다. 여권을 꺼낼 필요도, 숙박카드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호텔 직원은 이미 고객의 이름을 알고 있다. 투숙객이 로비를 지나 프런트로 걸어오는 사이 얼굴 인증을 마치고 객실 카드키를 건넨다.
호텔 체크인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호텔들이 모바일 체크인과 디지털 키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까지 도입하면서 ‘줄 서서 신분증을 보여주는 체크인’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 H2O호스피탈리티는 중동 호텔그룹 로타나와 계약을 맺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내 로타나 계열 15개 호텔, 총 4240객실에 스마트 체크인 솔루션 구축을 마쳤다.
로타나는 중동·아프리카·동유럽과 튀르키예에서 호텔 사업을 전개하는 중동 지역 주요 호텔 기업이다. 로타나 역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동유럽, 튀르키예 전역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H2O가 구축한 방식은 기존 키오스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고객은 숙박 1~2일 전 왓츠앱으로 안내 메시지를 받은 뒤 여권을 등록하고 얼굴을 촬영한다. 호텔에 도착하면 안면인식을 통해 본인 확인이 이뤄지고 직원은 별도의 서류 작성 없이 카드키를 전달한다.
사전 체크인을 하지 않았거나 예약 없이 찾아온 고객도 태블릿으로 신분증을 등록하고 얼굴을 촬영하면 체크인을 진행할 수 있다.
호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진행되던 비대면 체크인이 도시 단위 관광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H2O는 왓츠앱 안내와 사전 체크인뿐 아니라 호텔 예약관리시스템(PMS) 연동, 직원용 화면, 태블릿 체크인, 정부 시스템과의 정보 연동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했다. 회사 측은 아부다비 이외 지역의 로타나 호텔로 솔루션을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호텔의 ‘프런트리스’ 경쟁은 이미 글로벌 체인 전반으로 확산됐다.
힐튼은 ‘힐튼 아너스’ 앱에서 투숙 전 디지털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은 도착시간을 입력하고 이용 가능한 객실 가운데 원하는 방을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체크인을 마치면 스마트폰을 객실키로 사용하는 ‘디지털 키’ 기능을 이용해 프런트에 들르지 않고 객실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힐튼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앱을 이용하면 객실 선택과 체크인·체크아웃, 디지털 키 이용까지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메리어트도 비슷하다.
메리어트 본보이 앱에서는 호텔 도착 전 체크인을 하고 도착 예정 시간을 입력할 수 있다. 일부 호텔에서는 모바일 키를 발급받아 프런트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객실이나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등에 들어갈 수 있다. 모바일 키를 최대 3명의 동반자에게 공유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과거 호텔의 디지털 전환이 ‘예약을 앱으로 받는 것’에 집중됐다면 이제 경쟁의 무대가 실제 호텔에 도착한 이후로 옮겨간 것이다.
국내 호텔과 리조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호텔은 일부 상품과 호텔에서 모바일 체크인을 마친 고객이 제공받은 QR코드로 키오스크에서 객실키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체크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 계열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명동Ⅱ도 키오스크를 통한 셀프 체크인·체크아웃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호텔 측은 이를 통해 투숙객이 체크인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한다.
H2O 역시 국내 호텔·리조트 디지털 전환 사업을 확대해 왔다.
2022년에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와 계약을 맺고 인터컨티넨탈호텔·홀리데이인리조트·홀리데이인&스위트 등 총 871객실을 대상으로 스마트 체크인·체크아웃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듬해에는 파르나스호텔 전 지점을 대상으로 자체 호텔 디지털전환 솔루션 ‘H2O 플로우’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하이원리조트에서도 모바일 스마트 체크인이 실제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하이원리조트 앱은 스마트 체크인과 호텔 엘리베이터 이용을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로 안내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체크인 자동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인건비와 인력난뿐 아니라 고객 경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호텔 입장에서는 객실 판매와 예약 확인, 신분 확인, 체크인, 객실키 발급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고객 역시 오후 3~4시 체크인 시간에 한꺼번에 투숙객이 몰리면서 발생하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 자체가 사라지는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로봇 호텔인 ‘헨나호텔’도 한때 로봇 200여대를 운영했지만 시행착오를 겪은 뒤 현재는 사람과 로봇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모델을 바꿨다. 현재 일본 내 여러 호텔에서 로봇을 체크인과 객실 안내 등에 활용하면서 사람 직원이 필요한 업무와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나누고 있다.
결국 호텔의 디지털 전환 경쟁은 ‘사람을 없애는 것’보다 단순 업무를 기술에 넘기고 직원이 고객 응대와 서비스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