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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주방 대신 100만원 싱크볼”…요즘 집주인들 ‘이것’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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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을 들여 집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신 눈에 잘 띄거나 불편한 곳만 골라 바꾸는 이른바 ‘핀셋 인테리어’가 확산하고 있다.

 

CJ온스타일 제공
CJ온스타일 제공

싱크볼 하나를 바꾸고 욕실 환풍기를 교체하거나, 거실 천장에 실링팬을 다는 식이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으로 집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데다 공사 기간도 짧다는 점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22일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올해 1~7월 싱크볼·실링팬·욕실 환풍기 등 부분시공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실링팬이 311% 뛰었고 욕실 환풍기도 194% 늘었다. 싱크볼 매출은 88% 증가했다.

 

집 한 채를 통째로 바꾸는 ‘올수리’ 중심이었던 인테리어 수요가 주방·욕실·현관 등 특정 공간과 제품을 하나씩 바꾸는 시장으로 빠르게 쪼개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싱크볼이다.

 

통상 주방 전체 인테리어에는 1000만원 이상이 들 수 있지만 싱크볼은 제품에 따라 50만~100만원대에 교체할 수 있다. 시공 시간 역시 2시간 안팎에 불과하다. CJ온스타일에서 사각 싱크볼 브랜드 ‘아티잔’의 지난 6월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209% 뛰었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제조업체가 아예 ‘교체’ 자체를 하나의 서비스로 만들고 있다.

 

국내 싱크볼 업체 백조씽크는 기존 싱크볼을 떼어내고 새 제품을 설치하는 별도 ‘리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하부장을 그대로 두면서 규격에 맞는 싱크볼만 바꾸는 방식이다. 회사는 MODI 85, RECO85, NUEVO 850 등 교체용 제품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주방 가구 전체를 철거하지 않고도 체감 변화를 얻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아티잔 역시 사각 싱크볼을 시공 패키지 형태로 판매해왔다. 회사 측은 싱크볼 교체만으로도 주방 리모델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제품의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형 인테리어 기업들의 시공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리바트 집테리어’를 통해 주방과 욕실, 현관장, 중문 등 원하는 공간과 품목을 선택해 시공하는 사례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올해 공개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롯데캐슬 30평대 시공 사례의 경우 집 전체가 아닌 주방·욕실·현관장·중문을 골라 바꿨다. 지난 11일 공개한 수원 영통 지역 시공 사례 역시 ‘부분 리모델링’으로 진행됐으며 주방 싱크볼 등을 선택적으로 교체했다.

 

한샘도 공식 시공 사례에서 ‘부분 리모델링’을 별도 공사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마루와 도배, 부엌, 욕실, 수납, 중문, 필름 가운데 필요한 항목을 골라 시공한 33평형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산 금정구 아파트 사례에서도 기존 욕실 전체를 모두 뜯는 대신 타일과 상부장 등 필요한 부분을 교체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최근 인테리어 대기업들이 주방·욕실·수납·중문처럼 공간별 제품군을 촘촘하게 확대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샘은 올해 욕실·주방·수납 신제품을 내놨고, 현대리바트는 주방·욕실 중심의 맞춤형 집테리어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LX하우시스 역시 창호와 중문, 바닥재, 주방 등 공간별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B2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부분시공 대상은 주방을 넘어 거실과 욕실로 번지고 있다.

 

CJ온스타일에서 올해 1~7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품목은 실링팬이다. 매출 증가율이 311%에 달했다.

 

실링팬은 천장 전체를 새로 시공하지 않으면서도 거실 분위기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핀셋 인테리어’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링팬 브랜드 루씨에어는 제품만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설치 업체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수도권과 일부 지방의 전문 파트너 설치업체를 연결하고 있다. 제품은 최대 2년, 모터는 최대 4년의 보증 체계를 운영한다.

 

욕실에서는 일반 환풍기를 복합 기능을 갖춘 ‘환기가전’으로 바꾸는 수요가 늘고 있다.

 

힘펠이 선보인 ‘휴젠뜨 노바’는 환기뿐 아니라 온풍·제습·드라이 기능을 한 제품에 담았다. 욕실 전체 타일이나 욕조·세면대를 바꾸지 않더라도 환풍기 한 대를 교체해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CJ온스타일의 욕실 환풍기 매출이 같은 기간 194% 늘어난 것도 이런 수요를 보여준다.

 

현관도 예외가 아니다. CJ온스타일이 지난 3월 모바일 라이브방송으로 선보인 ‘영림중문’은 첫 방송에서 주문액 2억원을 기록했다. 영림은 3연동·양개·슬림 슬라이딩·폴딩도어 등 공간 크기와 구조에 따라 골라 설치할 수 있는 중문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늘어난 이사 수요도 부분시공 시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6월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6월 국내 이동자 수는 48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0.6% 증가했다. 6월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4~5월 주택 매매량 증가 등이 인구 이동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새 집으로 옮기더라도 멀쩡한 내부를 모두 철거하기보다 눈에 띄는 곳만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특히 부분시공은 전체 리모델링과 달리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을 세분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주방 1000만원을 한꺼번에 쓰는 대신 싱크볼에 100만원, 실링팬이나 욕실 환풍기 등 필요한 항목에 비용을 나눠 쓰는 식이다.

 

업계의 판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설치 전후의 차이가 중요한 상품 특성상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온라인 시공 사례 등을 통해 실제 설치 과정과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와 공사비 상승 속 인테리어 시장의 공식도 바뀌고 있다. ‘얼마를 들여 집 전체를 바꿀 것인가’에서 ‘적은 돈으로 어디를 먼저 바꿀 것인가’로 소비자의 고민이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