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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21만명 모은 그곳, 이름값만 연 400억원”…‘세계 최고가’ 경기장의 반전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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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넘는 미국 소파이 스타디움…20년 명명권·스폰서십 총액 6억2500만달러
월드컵에선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으로…FIFA, 기업 상업명칭 사용 제한
월드컵 경기장 16곳 중 15곳이 명명권 판매…멕시코선 개보수 자금도 조달
[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4년마다 한 번씩 세계 축구의 시선이 모이는 경기장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 붙은 이름에는 축구와는 전혀 다른 산업의 돈이 들어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이다. 한 기업이 경기장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연간 3000만달러 안팎(약 400억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비만 50억달러(약 6조9500억원)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와 차저스의 홈구장이다. 2021년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네 차례 공연을 열어 약 21만4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축구와 미식축구, 대형 공연이 한 공간에서 열리는 복합 스포츠·공연장이다.

 

그런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이 경기장의 이름이 달라졌다. FIFA가 대회 기간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의 상업적 경기장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하면서다. 평소 ‘소파이 스타디움’으로 불리던 경기장은 월드컵에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으로 표기됐다. 경기장 외부의 소파이 로고 역시 FIFA 브랜드로 가려졌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소파이는 미국 핀테크 기업이다. 2019년 경기장 운영사와 20년짜리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경기장 독점 명명권을 확보했다. 소파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관련 계약 총액은 6억2500만달러(약 8688억원)다. 20년 계약으로 단순 환산하면 연평균 3125만달러다. 다만 이 금액에는 경기장 명명권뿐 아니라 구단·공연장 파트너십, 광고 기회와 운영·금융리스 관련 의무 등이 함께 포함돼 있다.

 

소파이의 계약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가격이다. 기존 최고 수준으로 꼽히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의 명명권은 연간 2000만~2500만달러(약 278억~348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소파이의 계약 규모를 연간으로 환산한 3000만달러 안팎은 이를 크게 웃돈다. 뉴욕·뉴저지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과 댈러스의 AT&T 스타디움은 각각 연 1900만달러(약 264억원), 휴스턴 NRG 스타디움과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은 각각 1200만달러(약 167억원), 샌타클래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1100만달러(약 153억원), 보스턴 질레트 스타디움은 850만달러(약 118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월드컵에 사용된 16개 경기장 가운데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를 제외한 15곳이 기업 명칭을 사용하는 명명권 계약을 보유했다. AT&T 스타디움은 ‘댈러스 스타디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뉴욕·뉴저지 스타디움’,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으로 월드컵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명명권은 경기장 개보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멕시코시티의 에스타디오 아스테카가 대표적이다. 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간 이 경기장은 멕시코 금융회사 바노르테의 이름을 사용했다. 미국 ESPN에 따르면 바노르테는 경기장 운영사에 약 1억500만달러(약 1460억원)를 대출했고, 그 대가로 명명권과 광고 등 상업적 권리를 확보했다. 상환 기간은 12년이다. 경기장 명명권과 대출을 결합해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사례다.

 

한국에서도 기업과 경기장 이름을 결합하는 방식은 이미 자리 잡았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994억원의 건설비 가운데 KIA가 300억원을 부담하는 대신 25년간 경기장 운영권을 확보한 사례다. 당시 협약에는 경기장 명칭 사용권도 포함됐다.

 

프로야구에서는 수원 KT위즈파크,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등에도 기업 또는 구단 브랜드가 경기장 이름에 결합됐다. 프로축구에서는 대구FC 홈구장이 IM뱅크파크로 불린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방식도 등장했다. 넥슨은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에 참여해 건립 예정인 1만1000석 규모 실내 경기장의 40년 운영권과 명명권을 확보하는 구조를 택했다. 경기장 이름이 단순한 간판을 넘어 투자비를 끌어오고, 운영권과 광고권을 묶어 수익을 만드는 하나의 금융·마케팅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