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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선물로 로봇에 헬로키티 키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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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와 굴비, 식용유와 통조림이 차지했던 명절 선물 매대가 달라지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수천만원짜리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순금, 캐릭터 굿즈, 호텔 케이크까지 팔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호텔 역시 한우·과일 같은 전통적인 선물에 와인과 디저트,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더하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 제공

고물가에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난 한편,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취향 소비’도 강해지면서 올해 추석 선물 시장에서는 ‘실속’과 ‘프리미엄’이 동시에 강화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오는 10월 2일까지 약 600종의 추석 선물상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추석 선물 매출이 전년보다 17% 증가하자 올해는 MZ세대와 트렌드 세터를 겨냥한 상품을 대폭 늘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헬로키티다. 세븐일레븐은 ‘땡스세븐데이’ 기획전을 통해 헬로키티 굿즈 9종을 선보인다. 전통 버선에 헬로키티를 접목한 자수 버선 키링을 비롯해 봉제인형 키링, 마그네틱 카드지갑, 비즈 스트랩 키링, 글라스 세트, 캐리어, 텀블러 등이다. 전통적인 추석 이미지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캐릭터와 ‘꾸미기’ 문화를 결합한 셈이다.

 

호텔 음식도 편의점 선물 코너로 들어왔다.

 

롯데호텔앤리조트와 협업해 베이커리 ‘델리카한스’ 레시피를 적용한 골드 초콜릿 케이크를 판매하고, 롯데뉴욕팰리스 레시피를 활용한 뉴욕 치즈케이크도 선보인다. 더그랜드롯데 서울 한식당 ‘무궁화’의 노하우를 담은 김치와 고기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삼원가든·강강술래·사미헌 등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육류 상품도 판매한다. 한국금거래소의 품질 보증을 받은 골드바와 실버바, 행운의 열쇠, 돌반지까지 추석 상품군에 포함했다.

 

이색 선물 경쟁은 세븐일레븐만의 얘기가 아니다.

 

CU는 올해 약 710종의 추석 선물을 마련했다. 올해 설 선물 매출이 전년보다 13.8% 늘었는데, 특히 10만원 이상 상품 매출이 39.2% 증가한 점에 주목해 고가 상품 구색을 강화했다.

 

포켓몬을 활용한 과일·음료와 완구, 캠핑·골프용품 등 20종을 마련했고 270만원 상당의 안마의자와 3100만원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판매한다. 과일·한우·수산물은 물론 순금 상품 12종도 준비했다.

 

GS25 역시 17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2026 우리동네 선물가게’를 열고 약 600종의 상품을 내놓는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공지능(AI) 대화 로봇, 스마트워치, 음식물처리기 등 전자·생활기기가 명절 선물에 포함됐다. 안중근 의사 금메달, 이중섭 작가 은메달, 데니 태극기 카드형 금메달 등 역사·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골드·실버 상품도 총 15종 준비했다.

 

가격대의 상단도 높아졌다. GS25는 949만원대 ‘5대 샤토’ 와인 세트부터 2만원대 와인까지 함께 판매한다. 한쪽에서는 수백만~수천만원대 상품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모둠전·만두·돈가스·떡갈비·김치 등 1만~5만원대 식품을 강화했다.

 

‘혼명절’을 겨냥한 상품도 등장했다.

 

이마트24는 농·축·수산 등 신선식품 구색을 지난해보다 약 30% 확대했다. 특히 1~2인 가구를 겨냥해 등심·채끝·부채살 등을 소포장한 한우미식세트 6종을 단독 판매한다. 와인과 양주 등 주류 48종과 말 골드바 등도 마련했다.

 

대가족이 한데 모여 큰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1~2인 가구의 실제 소비량과 취향에 맞춰 명절 선물도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이 상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면 백화점은 사전예약 할인으로 고객 선점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추석 선물 사전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예약 판매 상품은 370여종으로 지난해보다 25% 늘렸다. 과일·곶감 등 농산물 84종, 축산 35종, 수산 33종, 한식 80종, 건강·차 45종, 와인·주류 28종, 그로서리 50종 등이다.

 

할인 폭도 크다. 한우는 5~10%, 굴비 20~30%, 청과 10~25%, 와인 최대 28%를 할인하고 건강식품은 최대 65%까지 가격을 낮춘다. 유통 단계를 줄인 ‘신세계 암소 한우’도 21종 준비했다.

 

이마트는 지난 6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추석 선물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행사카드와 포인트 적립 조건 등에 따라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SSG닷컴도 지난해 추석보다 사전예약 물량을 10% 늘리고 최대 50%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호텔업계는 ‘호텔에서 먹던 음식’을 선물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호텔신라는 올해 한우와 수산물, 웰빙, 주류, 라이프스타일 등을 아우르는 추석 선물세트 144종을 선보인다. 한우는 산지와 등급, 부위를 세분화했고 서울신라호텔 헤드 소믈리에가 고른 와인과 위스키도 판매한다. 한정 생산 샴페인과 부르고뉴 와인, 발베니 프렌치 오크 16년 등 고급 주류도 포함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한우부터 영광 굴비, 제주 은갈치, 전복장, 간장게장, 조선호텔 김치와 딤섬, 프리미엄 과일, 와인까지 카테고리를 넓혀 올해 추석 상품을 구성했다.

 

결국 올해 추석 선물 시장의 특징은 ‘무엇을 선물하느냐’보다 ‘누구에게 무엇을 선물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데 있다.

 

부모에게는 한우나 건강식품을, 혼자 사는 가족에게는 소포장 식품을, 캐릭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헬로키티 키링을, 특별한 선물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골드바나 호텔 미식 상품을 제안하는 식이다.

 

편의점에서 1만원대 먹거리와 3000만원대 로봇을 함께 파는 장면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명절 선물 시장에서도 가격대와 판매 채널의 경계가 무너지고 소비자의 취향이 새로운 상품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