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배에 실어 보내던 K푸드 해외 진출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현지에 공장을 짓고,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고, 외식 매장을 직접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K푸드 인기가 일시적인 수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시장에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북미 출장 중인 백 대표가 캐나다 호텔·부동산 기업 썬레이그룹과 외식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현지 식품 유통기업들과 자체 브랜드인 TBK 소스 판매 확대를 협의했다.
썬레이그룹은 메리어트·힐튼·하얏트 등 글로벌 브랜드 호텔 약 80개를 캐나다에서 운영하는 기업이다. 양사는 토론토 광역권 마컴 지역의 기존 매장을 더본코리아 외식 브랜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썬레이그룹이 보유한 호텔과 상업시설에 추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
가맹점 하나씩을 직접 뚫는 기존 해외 진출 방식과 달리 현지 기업의 부동산과 운영망을 활용해 복수 매장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스 사업도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단계로 넘어간다.
더본코리아는 미국에서 글로벌 종합식품기업과 손잡고 홍콩반점에서 사용하는 B2B 소스의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 첫 품목은 탕수육 소스다. 향후 외식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다른 소스로 생산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해 북미로 수출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생산시설을 공급 거점으로 삼는다. 물류비와 운송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매장이 늘더라도 안정적으로 소스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공동 개발까지 추진한다. 외식 매장에서 사용하는 B2B 소스를 넘어 마트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B2C 제품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이 같은 전략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 중 하나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에서 20개 공장을 운영하며 만두와 볶음밥, 소스, 면, 김스낵 등 비비고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보몬트 공장에서는 비비고 만두만 하루 약 25만파운드, 약 113t을 생산한다.
전환점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 인수였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가 보유한 미국 전역의 냉동·냉장 유통망을 확보한 뒤 비비고 제품 판매처를 월마트와 크로거, 타깃 등 현지 대형 유통채널로 넓혔다. 미국에서 생산한 냉동밥 매출은 2023년 1000억원을 넘어섰고,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닭고기·새우에 코리안 바비큐소스와 김치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품도 현지화했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그대로 수출하는 대신 '현지에서 만들고 현지 유통망으로 파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대상 역시 김치 수출에서 한 단계 더 나갔다.
대상은 2022년 미국 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약 200억원을 투입해 대지 면적 1만㎡ 규모의 김치 공장을 가동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2000t 수준이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배추와 무, 파 등 주요 원료도 현지에서 조달한다.
생산 품목 역시 한국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비건 김치와 백김치, 양배추 김치 등 미국 식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브랜드도 현지 소비자가 발음하기 쉬운 'Jongga'를 사용한다.
현지 생산을 바탕으로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미국 주류 유통시장 접점도 확대해왔다.
더본코리아가 추진하는 TBK 소스 현지 생산 역시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생산·수출에서 시작해 판매가 늘면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고, 다시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공급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외식업계에서는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 브랜드 자체를 현지 유통망으로 만드는 전략도 확산하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2026년 북미에 150개 이상의 매장을 추가해 전체 점포를 4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북미 전역에서 220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제너시스BBQ도 대표적인 사례다. BBQ는 미국을 비롯해 57개국에서 약 700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32개 주까지 진출했다.
식품기업이 월마트나 코스트코 매대를 확보하는 것처럼 외식업체는 매장망 자체를 늘려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직접 확보하는 전략이다.
더본코리아가 썬레이그룹과 추진하는 방식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직접 건물을 확보해 점포를 하나씩 내기보다 이미 호텔과 상업시설을 보유한 현지 사업자와 손잡고 외식 브랜드를 확산하는 구조다.
기업들이 북미에 공장과 매장, 유통망을 동시에 늘리는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K푸드 수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은 53억819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북미 수출액은 11억4490만달러로 11.0% 늘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25년 농식품 수출액도 104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라면뿐 아니라 소스류 등이 주요 수출 성장 품목에 포함됐다.
시장이 커질수록 국내 생산 후 수출만으로는 한계도 뚜렷해진다. 물류비와 운송 기간, 현지 재고 관리뿐 아니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현지 공장과 유통망을 확보했고, 대상은 김치를 미국에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와 BBQ는 매장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본코리아도 외식 브랜드와 TBK 소스, HMR을 묶어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백 대표가 지난해 9월 TBK 소스를 공개하며 내놓은 글로벌 전략도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캐나다에서는 매장과 유통망을 확보하고 미국에서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구상이다.
결국 K푸드 기업들의 다음 승부처는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에서 '현지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고, 팔고, 매장을 늘릴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