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유통업계의 명절 선물 경쟁은 이미 달아올랐다. 한우와 과일, 건강기능식품을 미리 싸게 사려는 수요를 잡기 위해 이커머스와 대형마트는 사전예약 기간을 늘리고 할인 폭을 키웠다. 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을, 편의점은 로봇과 캐릭터 상품 등 이색 선물을 앞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올해는 단순히 ‘일찍 사면 싸다’는 수준을 넘어 무료배송과 원하는 날짜에 받는 지정일 배송, 멤버십 쿠폰, 카드 할인까지 한꺼번에 묶는 방식으로 경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이달 31일까지 ‘2026 추석 얼리버드’ 기획전을 열고 한우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디저트 등 1800여개 상품을 최대 77% 할인한다.
특히 올해는 가격 할인에 배송 혜택을 결합했다. 기존에는 컬리멤버스 회원이거나 4만원 이상 주문해야 받을 수 있던 무료배송을 ‘무료 배송’ 표시가 붙은 4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로 확대했다.
태극당 종합 과자 세트와 조말론런던 핸드크림, 산타마리아노벨라 장미수 토너, 김소형원방 흑염소 진액스틱 등이 대표 상품이다.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컬리온리 선물’로 1++ 한우 등심·갈비·차돌박이 세트와 올리브오일, 화장품, 헤어케어 제품도 내놨다.
미리 주문한 뒤 필요한 날짜에 받을 수 있는 사전예약 서비스도 운영한다. 백년가게 덕화명란과 조선호텔 LA갈비, 옥돔·갈치·민어굴비 등 80여개 상품은 다음 달 18일부터 추석 당일인 25일 새벽 사이 수령일을 선택할 수 있다.
매주 월·수·금 오후 3시에는 멤버십 회원에게 최대 1만원까지 할인되는 20% 쿠폰을 선착순 지급한다. 컬리카드와 롯데·비씨·신한·하나·현대카드 결제 할인도 더했다.
대형마트는 컬리보다 먼저 추석 선물 고객 선점에 들어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 6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42일 동안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진행한다. 이마트는 행사카드 결제나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상품에 따라 최대 50% 할인한다. 사과·배 등 인기 과일세트 물량도 지난해 추석보다 최대 40% 확대했다.
롯데마트 역시 최대 50% 할인과 엘포인트 회원 특가, 덤 증정 등을 내걸었다. 특히 초반 예약 고객에게 혜택을 집중했다. 9월 4일까지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 구매 규모에 따라 최대 1200만원 상당의 롯데상품권 또는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3만원 이상 구매하면 전국 무료배송도 지원한다.
온라인에서는 SSG닷컴이 다음 달 15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다. 프리미엄과 실속형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점을 겨냥해 1만원 안팎 선물세트 종류를 지난해 추석보다 18% 늘렸다. 행사카드 결제 시 최대 50% 할인하고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120만원 상당의 SSG머니 적립 또는 즉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백화점 3사도 지난 14일부터 일제히 사전예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3일까지 축산·수산·청과 등 190여개 품목을 최대 50% 할인한다. 롯데백화점의 명절 사전예약 매출은 지난해 추석 95%, 올해 설에는 120% 증가했다. 명절 선물을 미리 구매하는 소비 방식이 백화점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음 달 6일까지 370여개 상품을 예약 판매한다. 지난해보다 품목 수를 25% 늘렸다. 한우는 5~10%, 굴비 20~30%, 청과 10~25%, 건강식품은 최대 65% 할인한다. 현대백화점도 다음 달 3일까지 한우·굴비·청과·건강식품 등 300여종을 최대 25% 할인 판매한다.
편의점의 전략은 더 과감하다. 전통적인 참치·햄 세트를 넘어 ‘화제성 있는 선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CU는 올해 추석 선물을 전년보다 늘린 710여종으로 구성했다. 피카츄 사과세트 등 포켓몬 상품부터 안마의자와 골드바,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판매한다. 최고가 상품에는 3100만원짜리 로봇도 포함됐다. CU에 따르면 올해 설 10만원 이상 선물 매출은 전년보다 39.2% 증가했다.
GS25도 다음 달 26일까지 600여종의 추석 상품을 판매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대화 로봇, 스마트워치부터 금·은 상품, 1만~5만원대 먹거리까지 가격대를 넓혔다.
세븐일레븐 역시 10월 2일까지 600여종의 상품을 내놓고 헬로키티 단독 굿즈와 롯데호텔 협업 상품 등을 전면에 세웠다. SKT 우주패스 이용 고객에게는 일부 상품을 최대 30% 할인한다.
유통업계의 추석 경쟁 시계가 빨라지는 것은 사전예약 자체가 명절 쇼핑의 주요 구매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본판매가 시작되기 전에 수요를 확보하고 재고를 예측할 수 있고, 소비자는 할인과 배송 혜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올해 경쟁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컬리는 무료배송과 지정일 수령, SSG닷컴은 실속형 상품 확대, 대형마트는 구매액별 상품권, 백화점은 프리미엄 식품, 편의점은 초고가·이색 상품을 앞세웠다. 추석 대목을 한 달 앞서 잡으려는 유통업계의 ‘얼리버드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