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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약’ 먹고 다시 찌면 우울·자살 생각 위험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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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감량제 복용자, 비사용자보다 우울 1.9배·자살 생각 2.7배
“감량 실패·체중 재증가 따른 심리적 좌절감 영향 가능성”
'살 빼는 약'을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감이나 자살 생각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게티이미지뱅크
'살 빼는 약'을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감이나 자살 생각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게티이미지뱅크

체중 감량을 위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살 빼는 약’을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감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감량제를 복용한 뒤에도 체중이 다시 증가한 경우 자살 생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등 정신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체중감량 복용자는 비복용자에 비해 우울 경험은 1.9배,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은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3∼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2만7741명(남성 1만908명·여성 1만6833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최근 1년간 몸무게 조절을 목적으로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846명과 체중감량제를 사용하지 않은 2만6895명으로 나눠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연구에 사용된 체중감량제는 특정 약물이나 성분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체중감량제 복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우울감과 정신건강 상담, 자살 관련 경험 등의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최근 2주 이상 연속해서 우울감을 느낀 비율은 체중감량제 복용자가 22.1%로, 비사용자 11.4%의 약 2배에 달했다.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을 받은 비율도 복용자가 8.4%로 비사용자 3.4%보다 높았다. 자살 생각을 경험한 경우는 각각 9.9%와 4.5%였으며, 자살 계획을 세운 경험은 2.2%와 1.4%, 자살 시도 경험은 1.7%와 0.6%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연령과 성별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보정한 뒤 체중감량제 사용과 정신건강 문제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체중감량제 복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우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1.9배 높았다. 정신건강 상담 가능성은 2.0배, 자살 생각 경험 가능성은 2.7배 높았으며 자살 계획 수립과 자살 시도 가능성도 각각 1.9배, 1.7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가정의학회지(KJFP)에 실린'체중감량제 사용 및 체중 변화와 우울과 자살 생각 및 행동의 관련성' 연구 논문. 대한가정의학회지 갈무리
대한가정의학회지(KJFP)에 실린'체중감량제 사용 및 체중 변화와 우울과 자살 생각 및 행동의 관련성' 연구 논문. 대한가정의학회지 갈무리

특히 체중감량제를 복용한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한 사람에게서는 정신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의 우울 경험 가능성은 체중감량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1.9배 높았고, 정신건강 상담 가능성은 1.8배 높았다. 자살 생각을 경험할 가능성은 4.2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체중감량제 자체의 신경·정신학적 영향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체중감량제 사용 이후 기대했던 만큼 체중이 줄지 않거나 다시 증가하면서 체중 조절에 대한 실패감과 외모에 대한 불만족, 심리적 좌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체중감량제 사용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할수록 우울 및 자살 관련 지표가 증가한 경향은 약물 사용 자체의 신경·정신학적 영향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 실패와 관련된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물 사용 이후 기대한 만큼의 체중 감량을 이루지 못하거나 체중이 다시 증가할 경우 자기 외모 불만족과 심리적 좌절감이 심화해 우울 관련 증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체중감량제 사용과 정신건강 지표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인 만큼, 체중감량제가 우울이나 자살 생각 등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KJFP)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