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해고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징계사유와 관계없이 해고는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주식회사 A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인 A사는 회사의 기술과 자산을 이용해 동종업계 사업을 추진하고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한 연구개발팀 직원 B·C·D씨를 징계 해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B씨 등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이를 뒤집었다.
중노위는 징계 양정이 적정하다면서도 징계절차에 징계위원 4명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 3명만 참석한 뒤 별도로 징계위원 4명이 모여 녹음파일을 듣고 징계 여부를 결정한 점과 징계관리규정에 반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A사는 이에 징계관리규정은 사내규정으로 정식 공지 또는 등록되지 않아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이 없고, 직원들의 비위 정도를 고려하면 징계관리규정에 따라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관리규정이 회사 내부 ‘전사규정’ 폴더에 게시돼 시행 중이었던 만큼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징계관리 규정상 회의 정족수가 4명 이상인데도 실제 인사위원회에는 3명만 참석한 점을 지적했다. 불참한 징계위원이 다음 날 녹취를 들은 뒤 의결에 참여했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절차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도록 한 것은 투표의 비밀성을 보장해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위원들의 결정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는 징계관리 규정에 반해 이뤄진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이 사건 해고를 무효로 보는 이상, 해고사유의 존재 여부 및 양정의 적정 여부에 관해서는 더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