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파문이 청와대·법원행정처 간의 진실 공방으로 비화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엊그제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은 일방 통보”로 규정하며 강력히 성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의 만남 요청을 거부했다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국회 진술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성 수석의 발언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마저 엿보이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헌법상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 동의,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만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구하는 주체는 대통령인 만큼 제청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치밀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친 뒤 직접 만나서 대법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하는 것이 헌정사의 오랜 관행이었다. 조 대법원장 측은 ‘대통령 면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득이 서면 제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서면 제청은 전례가 없는 일이란 점에서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대법원장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임기가 10개월도 채 안 남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함과 동시에 법원행정처 폐지도 경고하고 나섰다. 행정처를 없앤다는 것은 대통령, 국회의장에 이은 국가 서열 3위인 대법원장의 손발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매우 부적절하다. 민주당 한민수 최고위원은 “조희대를 판사들에 의해 끌어내리라”며 일선 법관들의 궐기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까지 쏟아냈다. 헌정 질서 수호에 제일 앞장서야 할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이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을 해치는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 제청안을 반려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이미 제청이 이뤄진 대법관 후보자에게 ‘퇴짜’를 놓는 것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핑퐁 대립’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대법관 증원법으로 향후 대법관 수가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는 상고심 재판 지연에 따른 국민 피해만 가중시킬 게 뻔하다. 이 대통령은 일단 손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 여야 국회의원들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