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수급,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위기로 봐야 합니다. 폭염·한파 적응형 종자를 개발하고 가뭄·홍수에 대응할 관수·배수 개선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농업 생산 전 과정의 기술혁신을 통해 기후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을 뒷받침하고 식량안보를 지키겠습니다.”
박홍재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이 지난 21일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소재한 본원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농촌의 위기’였다. 지난 6월 취임한 그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가뭄·폭우를 모두 경험하면서 농가 피해를 줄이고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농업분야 연구개발(R&D)이 확대되고 그 성과가 현장에 적용되는 게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농기평은 농업·농촌·농식품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발굴해 국가 R&D 사업으로 기획하고 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이어주는 기관이다. 올해만 2000억원이 넘는 R&D 예산을 집행·관리하고 있다.
농기평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폭염·한파 등 급격한 기온변화에도 재배가 가능한 종자와 내재해성 품종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상기후에도 적정 생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온실 냉난방 패키지 개발도 추진 중이다. 가뭄과 물 부족에는 작물·토양 상태에 맞춰 필요한 만큼 물을 공급하는 스마트 관수기술, 집중호우에는 배수 개선 기술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 박 원장은 “예상하기 힘든 날씨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품종, 재배환경, 병해충, 농업용수, 에너지까지 기술 개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기후변화 관련 R&D를 강조한 것은 폭염·폭우·가뭄 등으로 인한 농업 현장의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실제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3317㏊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고 돼지·가금류 등 약 122만마리가 폐사했다. 2851㏊에 달하는 농경지에 폭염·가뭄 피해가 발생한 경남도는 이어진 폭우로 365㏊의 농경지가 또 피해를 봤다. 경남에서만 불과 며칠 사이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잇따른 것이다.
박 원장은 R&D 지원만큼 성과가 현장·산업으로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가 농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져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기평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박 원장이 취임 이후 현장과 성과를 가장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박 원장이 또 하나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AI)이다. 농촌의 고령화·인력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AI 전환(AX) 기반 지능형 농작업 기술에 70억원을 투입하는 등 AI·로봇·데이터 융합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 원장은 “AI는 농산물 생산방식부터 R&D, 식품의 제조·유통까지 농업 전반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농기평의 축적된 데이터에 AI를 접목해 연구가 집중된 분야와 부족한 분야, 미래 수요가 높은 분야를 찾아 R&D 기획·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계획은 올해 예산의 60%를 투자하고 있는 그린바이오·스마트농업·푸드테크 분야에 반영돼 있다. 스마트농업 분야는 AI·로봇·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작업 로봇, 생육관리 등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린바이오는 농생명 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한 신품종·신소재 개발, 푸드테크는 메디푸드와 배양육 등 미래식품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