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간경화·당뇨 환자로 실업 상태였다. 건강상 문제, 경제적 어려움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그는 ‘고립사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담당 공무원은 안부 확인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곤 했다. 그때마다 A씨는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은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직접 찾아가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고, A씨는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20일이 지나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부검에도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정부는 A씨를 공적 체계에 편입해 위험군으로 꾸준히 관리해 왔지만 그를 사회로 품는 데에는 실패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23일 본지와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법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분석한 고립사 262건 중 A씨처럼 사회복지공무원이나 요양보호사 등이 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연락하는 등 공적 체계의 관리를 받았어도 고립사한 사례는 26건(9.9%)에 달했다.
정부는 공적 관리 체계 안에 있던 사례는 관련 실태조사에서 고립사로 분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일주일에 한 번 거는 전화로는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홀로 숨지는 걸 막긴 역부족이었다.
연구팀이 ‘공적 지원을 받았지만 주변과 교류가 없던’ 사례도 고립사로 분류한 이유다. 요양보호사가 주기적으로 자택에 방문한 것도 마찬가지로 서비스 제공일 뿐, 사회적 단절을 해소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나 교수는 “정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는 것은 고립을 예방하는 사회적 관계망이 아니라 생사를 확인하는 작업일 뿐”이라고 했다.
20년 전 이혼하고 혼자 살던 60대 남성 B씨는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생전에 그에게 매일 전화를 한 사람도, 사망한 그를 처음 발견한 것도 사회복지공무원이었다. 척추장애로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경제활동도 하기 어려웠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돼 있었다. 숨을 거둔 지 3일 만에 발견됐는데 그 사이 B씨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공적 관리를 받고 있음에도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홀로 사망한 사람들은 대개 건강이 좋지 않아 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사람들과 만남을 줄이고, 끝내 고립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이들에게 연락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더라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요양보호사의 정기 방문이 있던 가구는 방문이 어려운 저녁 시간대가 특히 취약했다.
중증장애 1급에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던 60대 남성 C씨도 그랬다. 함께 살던 누나가 4년 전 사망한 후 쭉 혼자 살았지만, 매일 요양보호사가 C씨 집을 찾았다. 요양보호사가 퇴근한 어느 날 저녁, 그는 집에 혼자 있다가 이물질을 섭취해 식도와 기관지가 막혀 사망했다.
혼자 살던 80대 남성 D씨는 바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배우자나 자녀는 없었고 50년 전 사망한 남동생이 가족관계증명서상 유일한 가족이었다. D씨는 알코올 중독 증상이 있었으며, 우울증약도 복용 중이었다. 요양보호사가 매일 D씨 집으로 찾아왔지만 저녁에 바닷가에서 사망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