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삶의 마지막을 맞이했지만 고립사 직전까지 동거인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리적 고립보다 사회적 고립 여부가 생사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23일 본지가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법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과 분석한 262건의 고립사에서 동거인이 있는 사례는 19건(7.3%)에 달했다. 고립사는 단순 1인 가구의 문제가 아닌 위기 가구의 문제이기도 한 셈이다.
형제자매·배우자·부모 등과 함께 살고 있는데도 사회적 연결이 끊긴 가구에서 고립으로 사망한 사례가 나타났다. 이들은 공통으로 본인 또는 가족이 정신질환이나 장애를 겪거나 경제적 문제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경남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남성 A씨도 친동생과 동거 상태였다. 그는 방 2개 아파트 중 작은 방에서 엎드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같이 살던 동생은 경찰에 “몰랐다”는 말만 반복했다. 동생은 지적장애가 있다.
A씨 죽음은 이웃 주민의 119 신고로 발견됐다. 복도식 아파트인 A씨 집 근처의 한 이웃이 현관문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A씨의 고함이 끊긴 점도 이상한 정황으로 신고됐다. 최초 신고자는 “A씨 방과 제 방이 가까워 고함이나 욕설, 노랫소리가 잘 들리는 편인데 일주일 전부터 잘 들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정신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대학병원에 정신과 진단 기록이 남아있고, 10여년 전 자살시도로 골반을 다쳤다는 기록도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들 형제 모두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었던 셈이다.
◆동거인 장애·정신질환이 발견 늦춰
이웃들도 이들이 처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동생이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하거나 외부 쓰레기를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버리는 등 문제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사회적 고립에는 부모와의 단절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모친은 20여년 전 병으로 사망했고, 부친도 그가 죽기 수년 전 질병으로 숨졌다.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A씨 사망 사실을 부정했다. 동생은 첫 진술에서 “그럴 리 없다”고 했고, “아침에 나올 때도 인사했다”며 죽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이후에는 “남의 일은 모른다”, “연결이 없다”고 반복해 말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와 동거하던 30대 남성 B씨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남성의 변사체도 이웃 통장이 발견했다. 통장은 평소 쓰레기봉투를 나눠주기 위해 B씨 집에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통장은 “B씨 집에 방문해도 모친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대화를 거부했고, 평소랑 느낌이 달랐다”고 증언했다. 결국 112에 신고하면서 B씨 죽음은 그가 사망한 지 10일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B씨는 이른 나이지만 평소 뇌졸중 등 질병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자였다. 한집에 살면서도 신고를 하지 않은 어머니는 경찰에 “아들이 종교를 믿기 때문에 살아날 것으로 믿는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이유로 동반 고립
부부 동반 고립사를 자녀가 1개월여 뒤 발견한 사례도 있다. 나 교수 연구팀은 해당 사례를 경제적 고립으로 분류했다.
수년 전 부인의 허리 수술이 고립으로 이어지는 발단이 됐다. 1년이 넘는 병간호를 남편이 전담하면서 생업이던 택시 운전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중도 장애 판정을 받은 부인이 집으로 돌아온 뒤 남편은 다시 택시 운전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동반자살은 수년 전 기미가 있었다. 남편은 “빚만 남기고 가게 돼 미안하다’는 유서 형식의 편지를 작성했다.
20대 자녀와 엄마가 함께 생을 마감한 사건도 있다.
이들의 죽음은 집주인이 발견했다. 매달 수도료를 내러 오던 모친이 오지 않고, 이웃들도 “옆집 사람들이 며칠째 안 보인다. 파리가 들끓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전했다. 직접 문을 두드렸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주변인들은 경찰 진술에서 “수도료를 내기 어려울 만큼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모녀 모두 장애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근처 상가 주인인 집주인은 “자식이 방 밖으로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그 집 엄마만 가끔 나왔고, 다른 사람들이 집 안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꺼렸다”고 했다. 집을 고칠 일이 있어 문을 열어달라고 했는데 열어주지 않아 심하게 다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집주인은 이들에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지 알아보라’고 조언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워낙 어렵게 사는 것 같아 동사무소에 가보라고 했는데, 다녀온 뒤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고 풀 죽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에서 보듯 고립사는 ‘혼자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라는 의미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계 맺기의 양상 자체가 달라졌고, 고립을 단순히 ‘가족과 함께 산다’ 또는 ‘살지 않는다’의 문제로 환원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며 “총체적인 관계의 단절이 근원 문제”라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복지 사각지대 문제 등 정책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충분한 문제 제기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어 “관계 맺기는 우리 보통의 삶에서 일어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책의 영역 외에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것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