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대폭 축소된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지난 21일 종료되면서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담 개최 의지를 직접 밝힌 데 이어 북한이 줄곧 문제 삼아온 한·미 연합훈련까지 마무리되면서 북·미 대화 재개의 공이 북한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방한까지 마무리되면서 이번 주부터는 사실상 ‘평양의 시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는 당초 11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을 닷새로 단축해 지난 21일 종료했다.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해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미국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낮추는 동시에 정상 간 대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이제 북한의 반응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마침 왕 부장도 방한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19∼20일 방한한 왕 부장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반도의 제일 중요한 이웃 나라로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에 이어 중국까지 한반도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탠 셈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9일 담화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 “의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남북관계에서는 기존의 적대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장은 이튿날 담화에서 한·미 동맹을 “미·한 혈맹의 주종 관계”라고 깎아내리는 한편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앞에서는 트럼프의 연습축소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아첨하고 뒤에서는 자주국방을 운운하는 것은 이중적인 언행”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에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남한과의 교류에는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이 지난주 이틀 연속 담화를 내놓은 가운데 북한이 이번 주 어떤 대미·대남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지에 추가로 호응하거나 향후 북·미 대화의 조건과 의제에 대한 입장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추가 반응을 주시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주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