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골프백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테일러메이드 Qi10 드라이버가 빠졌다. 그 자리를 새 모델인 Qi4D가 채웠다. 좀처럼 장비를 바꾸지 않는 셰플러가 수차례 실전 테스트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셰플러는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 TP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63타를 기록했다. 1라운드 68타, 2라운드 61타, 3라운드 68타, 최종 라운드 66타로 나흘 모두 60대 타수를 적어냈다. 2라운드에서 9언더파 61타를 몰아친 뒤 선두를 지켰고, 2위 김시우와 임성재를 8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자 시즌 2승째, PGA 투어 통산 21승째다.
이번 우승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셰플러의 골프백이다. 세계 1위가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14개 클럽을 들여다보면 최신 장비와 수년 전 모델이 한 가방 안에 공존한다.
드라이버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에 사용한 테일러메이드 Qi4D 8도다. 후지쿠라 벤투스 블랙 7X 샤프트를 장착했다. 일반 소비자 기준 국내 판매가는 샤프트에 따라 104만~144만원이다. 헤드에는 총 26g의 조절식 웨이트가 들어가며, 웨이트 위치를 바꿔 스핀과 탄도, 관용성을 조절할 수 있다. 셰플러는 8도 헤드를 실제 로프트 7.8도로 조정해 사용했다.
3번 우드는 테일러메이드 Qi10 15도다. 샤프트는 벤투스 블랙 8X다. 드라이버는 신형으로 바꿨지만 3번 우드는 기존 모델을 그대로 유지했다. 7번 우드는 다시 Qi4D 21도이며 벤투스 블랙 9X 샤프트를 사용한다. 테일러메이드 코리아 기준 Qi4D 페어웨이 우드 판매가는 56만원이다. 드라이버부터 7번 우드까지 샤프트 강도를 7X·8X·9X로 달리해 사용했다.
아이언은 더 오래된 조합이다. 4번 아이언은 스릭슨 ZU85, 5번부터 피칭웨지까지는 테일러메이드 P7TW다. P7TW의 ‘TW’는 타이거 우즈의 이니셜이다. 테일러메이드가 우즈의 요구와 설계 철학을 반영해 만든 투어용 아이언으로, 국내 공식 판매가는 320만원이다. 셰플러는 여기에 트루템퍼 다이내믹골드 투어 이슈 X100 샤프트를 조합한다. 5번 아이언부터 피칭웨지까지 7개 아이언이 같은 P7TW 모델이다.
웨지는 타이틀리스트 보키 SM8 50도·56도와 WedgeWorks SM9 60도를 섞어 쓴다. SM8은 2020년 출시된 모델이다. 50도와 56도는 SM8, 60도는 한 세대 뒤인 SM9으로 구성했다.
퍼터는 테일러메이드 Spider Tour X L-Neck이다. 국내 공식 판매가는 48만원이다. 셰플러가 2024년부터 사용해온 모델로, 이번 대회에서도 골프백에 넣었다. 골프공은 타이틀리스트 Pro V1이다.
확인 가능한 국내 판매가만 단순히 더해도 금액은 상당하다. Qi4D 드라이버 104만~144만원, Qi4D 페어웨이 우드 56만원, P7TW 아이언 320만원, Spider Tour X L-Neck 48만원이다. 이 네 가지 가격만 합쳐도 최소 528만원으로, 최고가 기준으로는 568만원이다. 여기에 Qi10 3번 우드, 스릭슨 4번 아이언, 보키 웨지 3개와 골프공, 각 클럽에 들어간 투어용 샤프트와 커스텀 세팅까지 더해야 한다.
더구나 셰플러가 사용하는 클럽은 매장에서 구입하는 기본 사양과 완전히 같지 않다. 드라이버 로프트와 웨이트, 샤프트 중량과 길이, 웨지의 로프트와 바운스 등을 자신의 스윙에 맞춰 조정한다. 따라서 528만원은 골프백 전체 가격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가가 확인되는 일부 장비의 기본 사양을 합산한 참고치다.
그가 이번에 Qi4D를 선택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처음 테스트했고, 올해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다시 사용했다. 하지만 두 차례 테스트 뒤에는 기존 Qi10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때도 Qi10을 사용했다. 첫 테스트부터 이번 대회까지 약 8개월 동안 새 드라이버를 실전에서 검증한 셈이다.
셰플러가 Qi4D에서 주목한 것은 볼 스피드와 스핀 안정성이었다. 기존 드라이버보다 볼 스피드를 높이면서도 스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이 선호하는 페이드성 구질을 구사하기도 편하다는 판단이었다. 수개월간의 검증 끝에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Qi4D를 골프백에 넣었다.
이번 대회에서 셰플러는 퍼트 이득타수 1위, 어프로치 이득타수 2위, 티샷 이득타수 13위를 기록했고, 버디만 23개를 잡었다. 4라운드 평균 65.75타를 기록하며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이어갔고, 17언더파 263타로 우승을 완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