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보던 스타 셰프의 요리가 방송 화면을 빠져나와 공항 푸드코트와 편의점, 배달앱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통업계가 인기 콘텐츠와 셰프의 지식재산권(IP)을 실제 먹거리로 구현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단순히 캐릭터를 제품 포장에 입히던 과거의 협업과도 달라졌다. 방송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를 실제 상품으로 만들고, 소비자가 콘텐츠에서 본 경험을 현실에서 직접 맛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부 협업 상품은 수백만개씩 팔리면서 IP가 식음료 사업의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운영하는 푸드코트 ‘고메브릿지’에서 tvN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스레파)와 협업한 메뉴 판매를 시작했다.
23일 방송된 스레파 세미파이널 ‘공항의 아침’에서 출연 셰프들이 선보인 메뉴를 실제 상품으로 구현했다. 인천공항 푸드코트에서 셰프 메뉴를 콘텐츠 IP와 연계해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메뉴는 정호영·송훈 셰프의 ‘황제 황태 해장국’, 이성훈 셰프의 ‘그릴드 햄치즈 샌드위치’와 ‘그릴드 화이트라구 샌드위치’, 김훈·김종인 셰프의 ‘고기듬뿍 들기름 김치찌개’ 등이다.
공항이라는 장소도 메뉴 개발에 반영했다. 이른 아침 출국하는 여행객을 겨냥해 황태 해장국을 넣고, 이동 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를 구성했다. 출국 전 한식을 찾는 내·외국인을 겨냥한 김치찌개도 포함했다.
CJ프레시웨이는 그동안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쌓은 콘텐츠 협업 경험을 이번에는 컨세션 사업으로 옮겼다. 2024년부터 드라마와 영화 IP를 활용한 특식 이벤트를 진행했고 영화 ‘왕과 사는 남자’, tvN 예능 ‘언더커버 셰프’ 등과 연계한 메뉴를 급식 사업장에 선보였다.
올해는 협업 범위도 스포츠까지 넓혔다. 지난 6월 ‘대한민국 응원 미식전’을 진행한 데 이어 8월에는 ‘2026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과 연계해 ‘스타팅 보코치니 샐러드’, ‘챔피언 치킨플레이트’ 등 모터스포츠 콘셉트의 특식 메뉴를 내놨다. CJ프레시웨이는 드라마·영화·예능에서 스포츠까지 IP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와 셰프를 실제 상품으로 연결해 이미 판매 효과를 확인한 곳도 있다.
GS25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출연 셰프들과 손잡고 올해 2월부터 간편식을 잇달아 선보였다. 최강록 셰프의 ‘날치알명란&계란주먹밥’, 우정욱 셰프의 ‘소불고기김밥’, 최유강 셰프의 ‘랍스터샌드’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반응부터 빨랐다. 협업 상품 4종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개를 넘어섰고, 최강록 셰프의 주먹밥은 출시 나흘 만에 10만개가 팔렸다.
흥행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GS25에 따르면 흑백요리사2 연계 간편식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4월 기준 500만개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최강록 셰프 협업 상품은 160만개 이상 팔렸다. GS25가 올해 1분기 선보인 주요 IP 제휴 상품 4개 시리즈도 모두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셰프와 대형 외식 브랜드를 한꺼번에 연결하는 시도도 등장했다.
쿠팡이츠는 지난달부터 인기 셰프 13명과 외식 브랜드 13곳이 참여하는 ‘이츠셰프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다. 셰프의 레시피를 기존 프랜차이즈의 상품 개발·판매망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첫 협업에는 김시현 셰프와 서브웨이, 안진호 셰프와 피자헛, 김성운 셰프와 꾸브라꼬치킨이 참여했다.
이후 샘킴·레이먼킴 등 셰프들이 노모어피자, 배스킨라빈스, 굽네치킨, BHC, 메가MGC커피, 던킨, 도미노피자 등과 협업 메뉴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방식이다. 캠페인은 오는 10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식품업계가 IP 협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팬덤의 구매력이 있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방송이나 셰프를 ‘보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직접 먹어보는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콘텐츠가 이미 확보한 인지도 덕분에 신제품을 처음부터 알리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캐릭터 IP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CU가 올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내놓은 포켓몬 카드팩 4종은 출시 사흘 만에 25만개가 팔려 준비 물량의 96%가 소진됐다. 당시 캐릭터 상품 구매 고객 가운데 20대와 30대 비중은 합계 61.4%에 달했다. 어린이용 캐릭터 상품을 넘어 성인 팬덤까지 움직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콘텐츠 IP 경쟁이 굿즈나 패키지 협업에서 ‘실제 경험’ 중심으로 더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방송 속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들고, 배달앱에서는 셰프와 프랜차이즈를 연결하며, 단체급식에서 시작한 협업은 공항 푸드코트까지 영역을 넓히는 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