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43년 전남 여수 돌산읍 작금마을에서 일어난 열다섯 살 소년 주재년 열사의 항일 투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동화다.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되지 못했던 어린 독립운동가의 삶을 되살려내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의미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되묻는다.
주재년은 일제의 감시가 삼엄했던 시절, 부러진 호밋자루 끝을 이용해 목화밭 돌담의 바위에 글자를 새겼다. 그가 남긴 문구는 ‘朝鮮日本別國(조선과 일본은 다른 나라다)’, ‘日本鹿島敗亡(일본은 반드시 망한다)’, ‘朝鮮萬歲(조선 독립 만세)’, ‘朝鮮之光(조선에 해방이 온다)’ 등 스무 자였다.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염원한 어린 소년의 선언이었다.
일제가 이를 발견하면서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주민들을 닦달하고 마을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주재년은 경찰에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받지만, 끝내 다른 사람을 지목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4개월간의 고문을 견딘 뒤 풀려났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석방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난다. 그의 항일 투쟁은 2006년 관련 판결문이 발굴되면서 뒤늦게 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품은 주재년의 이야기를 열두 살 소녀 ‘미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일본식 이름인 ‘오카무라 미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일본의 황국신민화 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미자는 재년 오빠가 돌담에 글씨를 새기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처음에는 일본이 망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재년을 비난하지만, 전쟁에 끌려간 큰오빠와 항일의 뜻을 품은 작은 오빠, 고문당하는 재년과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부모를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거짓으로 이루어졌음을 깨닫는다.
홍종의 작가는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로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소년의 마음과 한 가족의 아픔을 담아냈다. 장선환 화백의 묵직한 먹선과 판화풍 그림은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실과 목화밭 돌담길, 소년의 결연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광복절이 있는 8월, 어린이와 부모, 교사가 함께 읽으며 나라와 자유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