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국가적 위인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을 조성하며 ‘우크라이나반란군’(UPA) 지도자들 무덤을 이장(移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웃 나라 폴란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UPA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주의 소련의 일부이던 우크라니아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그 과정에서 폴란드인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폴란드는 UPA를 전쟁 범죄자 집단으로 간주하며 우크라이나에 과거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한 ‘영웅의 전당’ 건립 법안에 최근 서명했다. 이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묘지 팡테옹과 비슷한 기념비적 시설을 수도 키이우에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우크라이나판 팡테옹’은 역사적 위인들을 기림과 동시에 역대 대통령들의 묘소로도 이용된다. 1940년대에 활동한 UPA 지도자들 무덤 또한 이곳으로 이장될 예정이다.
UPA는 2차대전 당시 소련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완전 독립을 추구한 무장 단체다. 당시 UPA는 전쟁 초반 나치 독일의 공격을 받고 무너진 폴란드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와 접한 폴란드 볼히니아 지역을 점령해 신생국 우크라이나의 국토로 삼고자 한 것이다. 볼히니아 땅을 빼앗으려는 UPA 조직원들에 의해 살해된 폴란드 민간인은 수만명에 이르며, 학계 일각에선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2차대전이 소련의 승리로 끝나자 UPA로 대표되는 우크라이나 독립 운동은 좌절했다. 전후 공산권에 편입된 폴란드는 소련의 강압으로 볼히니아를 우크라이나에 할양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인 볼린주(州)가 바로 옛 볼히니아 땅에 해당한다. 오늘날 UPA는 우크라이나에선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지만 폴란드가 보기엔 천인공노할 악당일 뿐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의회가 7월 ‘영웅의 전당’ 건립 법안을 통과시키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집단 학살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우크라이나가 미화하는 것은 서방 세계로 가는 길이 아니다”고 비판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진영 편입의 일환으로 간절히 염원하는 유럽연합(EU) 가입에 폴란드가 반대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역사학자이자 투철한 민족주의자인 나브로츠키는 2025년 8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를 향해 UPA를 둘러싼 과거사 진상 규명 협력을 촉구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군의 특수 부대에 ‘UPA의 영웅들’이란 칭호를 부여했다가 폴란드 정부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나브로츠키는 지난 2023년 폴란드 정부가 젤렌스키에게 수여한 국가 최고 등급 훈장을 박탈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최근 러시아는 UPA를 둘러싼 우크라이나·폴란드 간 과거사 갈등을 적극 부각함으로써 양국을 이간질하는 심리전에 돌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