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래로 서걱거리는 고운 모래 감촉과 함께 서해에서 불어온 갯바람이 볼을 스친다. 시선을 멀리 던지면 푸른 바다 대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24일 충남 태안군에 따르면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원북면에 위치한다. 이곳은 긴 세월 동안 거센 파도와 겨울 북서풍이 빚어낸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이다.
뜨거웠던 한여름의 열기가 잦아들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여름 이맘때, 목재 데크로 잘 정비된 순비기언덕 탐방로에 오르면 탁 트인 수평선과 바람결 따라 사락사락 흐르는 사막 지형의 신비로운 조화가 한눈에 펼쳐진다.
◆ 파도와 바람이 수천 년간 빚은 자연의 신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약 3.4km, 폭 약 500m에서 1.3km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 면적만 약 51만 평(약 168만㎡)에 달한다.
이 곳은 빙하기 이후 서해 갯벌과 해변에 쌓인 규사 모래가 계절풍을 타고 내륙으로 밀려 올라와 거대한 언덕을 이뤘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놓인 이 모래언덕은 거센 해풍과 해일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살아가는 독특한 사구 생태계의 보고다.
모래언덕을 지나 곰솔 숲길로 접어들면 귓가를 맴돌던 파도 소리는 아스라한 배경음이 되고, 솔 향 가득한 그늘 아래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고요한 휴식이 찾아온다.
◆ 억새와 곰솔 숲길 따라 이어지는 힐링 트레킹 동선
사구 탐방로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A, B, C 세 가지 코스로 나뉘어 있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선은 신두리사구센터에서 출발해 모래언덕 포토존과 순비기언덕을 거쳐 돌아오는 A코스(약 1.2km, 소요시간 약 30분)다.
여유가 있다면 곰솔 생태숲과 억새골, 고라니동산을 아우르는 C코스(약 4km, 소요시간 약 2시간)를 걸으며 해안사구의 다채로운 식생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 목재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당화 군락과 통보리사초 등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내린 생명력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구 탐방을 마친 뒤에는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두웅습지를 함께 둘러보는 일정이 알맞다.
사구 배후에 형성된 담수 습지인 두웅습지는 금개구리와 맹꽁이 등 다양한 양서류와 수생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쉼터로,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신두리 해안사구와 두웅습지 일대는 계절풍 변화에 따른 사구 지형 변화와 철새 도래 시기가 맞물려 탐방객이 많이 찾는다.
◆ 여행자를 위한 현장 실전 팁과 추천 일정
신두리 해안사구를 제대로 즐기려면 출발 전 사구의 형성과 생태를 알기 쉽게 전시해 둔 신두리사구센터를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다. 센터 내 공영주차장과 사구 탐방로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구센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동절기 오후 5시 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야외 사구 산책로는 상시 개방된다.
소중한 사구 지형 보전을 위해 지정된 목재 데크길 외 모래언덕 내부로 들어가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므로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데크길을 따라 걷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늦은 오후 사구 트레킹을 마치고 인근 신두리 해변이나 만리포 방면으로 이동하면 서해안 특유의 붉은 낙조를 감상하며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일정을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