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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물량 3740억에 받은 방준혁…오너들의 ‘책임경영’ 공식

넷마블 방준혁, 텐센트 지분 13.4% 직접 인수…지분율 24.93→38.34%

회사 돈이 아닌 개인 돈 3740억원을 걸었다.

 

넷마블 제공
넷마블 제공    

넷마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준혁 의장이 중국 텐센트가 보유한 넷마블 지분 13.4%를 직접 인수하면서다. 국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가 책임경영을 내걸고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주요 주주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직접 받아내는 거래는 흔치 않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11년 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넥슨의 블록딜 물량 일부를 직접 인수했던 사례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방식과 달리 최대주주 개인의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기업가치가 오를 때의 이익뿐 아니라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까지 주주와 함께 부담한다는 상징성이 크다.

 

넷마블은 지난 21일 방 의장이 텐센트 계열사 한리버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가 보유한 넷마블 지분 18.1% 가운데 13.4%를 약 374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방 의장의 넷마블 지분율은 기존 24.93%에서 38.34%로 13.41%포인트 높아진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매입 주체다. 넷마블이 회사 자금으로 텐센트 지분을 사들이는 대신 방 의장이 직접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아 넷마블의 재무구조나 신작 개발·투자 여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텐센트가 보유한 대규모 지분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줄었다. 주식시장에서는 특정 주주가 보유한 대량의 주식이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오버행’이라고 부른다. 실제 매도가 이뤄지기 전에도 잠재적인 공급 부담만으로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방 의장이 직접 13.4%를 받아내면서 이 같은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흡수한 셈이다.

 

넷마블과 텐센트의 사업 관계는 유지된다. 넷마블은 지분관계 변화와 별개로 양사가 글로벌 게임 사업 등에서 기존 파트너십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비슷한 장면은 2015년 엔씨소프트에서 나왔다.

 

당시 넥슨은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15.08%, 330만6897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처분했다. 넥슨은 2012년 김택진 대표로부터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약 8045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이후 양측의 협력 관계가 흔들리면서 결국 투자 지분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직접 움직였다.

 

김 대표는 넥슨이 내놓은 물량 가운데 44만주, 약 2%를 약 805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약 10%에서 11.98%로 높아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단순한 지분 확대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넥슨이 보유한 15%대 지분이 언제 시장에 나올지 모른다는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당시 넥슨의 지분 매각 우려가 엔씨소프트 주가에 오버행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지분 정리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넥슨의 블록딜 직후 김 대표가 직접 물량 일부를 받아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씨소프트 주가가 장중 2%대 상승하기도 했다.

 

11년의 시차가 있지만 ‘대형 전략적 투자자의 지분 매각→창업자가 개인 자금으로 일부 대량 물량 인수→지분율 확대’라는 구조는 이번 넷마블 거래와 상당히 닮아 있다.

 

게임업계 밖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정 회장이 당시 매입한 주식은 현대차 58만1333주와 현대모비스 30만3759주로, 총 투자금액은 약 817억원에 달했다. 현대차에 406억원, 현대모비스에 411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의지와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 사례와 차이도 있다. 정 회장은 시장에서 주식을 장내 매수했고, 특정 전략적 주주가 내놓은 대규모 지분을 한꺼번에 인수한 것은 아니다. 

 

오버행 해소보다는 급락장에서 최대주주가 직접 돈을 넣어 시장에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강하다.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자사 지분 매입을 무조건 주주가치 제고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분율이 높아지면 경영권이 강화되는 효과도 동시에 발생한다. 주가가 이후 상승하면 최대주주 개인의 자산가치 역시 커진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이 코로나19 급락장에서 사들인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식은 주가 반등과 함께 상당한 평가이익을 내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입 규모와 방식, 자금의 출처,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 이후 주주환원 및 실적 개선이 뒤따르는지 여부다.

 

이번 넷마블 거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 의장은 회사 돈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자금 3740억원을 투입한다. 동시에 텐센트가 보유했던 대규모 잠재 매물을 직접 받아내고 자신의 넷마블 지분율을 38%대로 끌어올린다.

 

2015년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 때 김택진 대표가 805억원을 투입해 블록딜 물량 일부를 직접 받은 것보다 규모도 훨씬 크다.

 

3740억원의 투자가 진짜 ‘주주와 한 배를 탄 책임경영’으로 평가받을지는 결국 앞으로 넷마블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결정한다. 최대주주의 돈이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주주들이 함께 얻는 결과이기 때문이다.